
# 캐나다의 고생물학자 데일 러셀은 백악기 후기 공룡 '트로오돈'이 멸종하지 않고 지금까지 생존했다면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테노니코사우루스로도 불렸던 이 공룡의 몸집은 사람과 큰 차이가 없었다. 두발로 걸었고,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을 수 있었으며, 두 눈에 들어온 두 개의 상을 하나로 인지하는 양안시를 지녔다. 몸집에 비해 뇌용량이 보통 공룡의 6배에 달해 당시 가장 '똑똑한' 공룡으로 추정된다.
'개미'의 저자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스테노니코사우루스가 생존했다면 지금쯤 자동차를 몰고, 건물을 짓고, 텔레비전을 발명했을 것이란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에 비해 이 파충류보다 뒤처진 영장류는 동물원이나 실험실, 서커스 묘기를 위해 갇혀 사는 불쌍한 처지가 되었을 것이라고 베르베르는 생각했다.
# 1942년 6월 북태평양에서 치러진 미드웨이 해전은 태평양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다. 미군은 이곳에서 일본의 최정예 항공모함을 4척이나 수장시켰다. 진주만의 치욕을 되갚았고, 태평양 제해권도 완전히 되찾았다. 반면 일본 항모부대는 지휘부의 실책에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일본 항모부대가 미군 급강하 폭격기 무리에 걸려든 것은 일본군에게 되돌릴 수 없는 불운이었다. 당시 미군 전폭기는 연료가 거의 바닥이나 항모로 회항 중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를 보면 일본이 쉽게 질 싸움은 아니었다. 일본 항모부대는 항공모함 숫자부터 병력과 화기 모든 면에서 미군을 압도했다. 일본 함재기 조종사들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었다. 반면, 미군 항모부대는 진주만 공습 후 남겨진 미 해군의 총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이 싸움에서 미군이 패했다면 태평양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지나간 역사에 대한 '가정'은 종종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구려가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겼더라면', '조선이 메이지유신처럼 서구 문명을 일찍 수용했더라면' 우리 민족의 운명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가정'은 부질없는 짓인지 모른다. 아무리 가정을 하더라도 한번 흘러간 역사는 되돌리거나 번복할 수가 없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가정'은 사뭇 그 성격이 다르다. 미래에 대한 어떠한 '가정'도 실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지금 매우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바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미래의 가정'인 까닭이다. 핵무기는 이미 근 70년 전 일본에서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간 전력이 있다. 인류가 개발한 무기는 언젠가 모두 사용되고 만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핵무장이 두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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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한다. 최근엔 정전 협정 백지화마저 선언하고 서울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는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막기 위해 전면전을 각오해서라도 북한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라는 주문까지 나온다. 북핵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한반도가 핵무기로 인해 초토화되리란 '가정'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럴 가능성이 1%도 안된다고 그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늦기 전에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 재앙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