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생들 간의 이지메(집단 괴롭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일본의 초등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총 400만원이 넘는 거액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따돌림을 당하기 싫어 부모의 지갑에 손을 대야 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교육위원회는 이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2명이 동급생 3명에게 협박을 한 뒤 지속적으로 현금을 갈취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이렇게 몇 달 동안 친구들로부터 뜯어낸 돈은 약 35만 엔(약 410만 원)에 이른다.
가해 학생 2명은 친구들에게 "(돈을) 가져와라. 가져오지 않으면 함께 놀지 않겠다"라고 겁을 줬다. 이에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기 싫었던 동급생 3명은 겁에 질려 집에서 부모의 돈을 몰래 꺼내 2명에게 갖다 바쳤다.
이들의 돈 거래는 매우 비밀스럽고 치밀하게 수개월 동안 계속됐다. 가해 학생들은 일부러 학교 교실 안이 아닌 공원이나 학교 계단 근처 등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돈을 빼앗았다. 한 번에 4만엔(약 46만 원)을 가져다 준 피해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가해학생 2명은 아이들에게 돈을 갈취하기 위해 폭력은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학생들은 이렇게 빼앗은 현금으로 카드 게임을 구입하거나 편의점으로 가서 먹는 것을 사는 데 몽땅 썼다.
그러나 지난 2월 피해 학생 중 1명의 부모가 돈이 사라진 걸 알고 눈치를 챈 뒤 학교에 찾아가 "아이가 돈을 누군가에게 갖다 바치고 있다"고 말해 가해학생들의 범행은 탄로가 났다.
시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세 학생은 "집에서 돈을 꺼냈고, 함께 아이들과 놀 수 없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피해 학생 3명의 보호자는 모두 경찰에 피해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협박으로 돈을 갈취한 가해학생 2명의 보호자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전액을 돌려줬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덧붙였다.
한편 이지메에 의한 청소년 자살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자 일본에선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8월 이지메 전담 부서인 '아동 안전대책 지원실'을 설치했고, 집권 자민당은 올 초 이지메 방지대책 기본법을 마련하는 등 이지메 방지에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