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중단 움직임에 국제 유동성↓<br>헤알화 약세 전환 시장 정상화도 영향
브라질이 '환율전쟁'에 맞서 핫머니(단기 투기자금)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강화했던 금융거래세(IOF)를 전격 폐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 우려 등으로 국제 유동성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빈세'라고도 불리는 금융거래세는 투기적인 국제 금융거래를 막는 게 목적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전날 채권에 대한 금융거래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5일부터 시행된다.
만테가 장관은 "금융시장이 정상화하고 있고, FRB가 통화팽창 정책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며 금융거래세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여파로 브라질로 유입되는 국제 유동성이 줄고 있어 채권을 비롯한 브라질의 고정자산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은 지난 2009년 금융거래세를 도입한 뒤 수차례에 걸쳐 세율과 부과대상을 확대했다. 브라질이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고 강화한 때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뒤 FR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기조와 양적완화로 시중에 '싼 돈'(cheap money)의 공급을 대거 늘린 시기와 맞물린다.
공급량이 늘어난 달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동안 신흥국으로 흘러든 핫머니는 현지 통화가치를 띄어 올려 수출 주도형인 신흥국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출품 가격이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과열 경고등이 켜졌다.
급기야 만테가 장관은 지난 2010년 9월 FT와 한 회견에서 "전 세계가 자국 통화 가치의 약세를 유지하기 위한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주요국 당국자 가운데 처음으로 '환율전쟁'이란 말을 썼다. 그는 특히 대규모 양적완화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 미국 등 선진국이 '유동성 쓰나미'를 일으켰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핫머니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세율을 수차례에 걸쳐 6%로 끌어올리는 헤알화 약세 정책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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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폭풍은 컸다. 헤알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금융거래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일례로 지난해 7월 4.92%까지 하락했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6.59%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브라질 중앙은행은 한동안 사상 최저인 7.25%에 묶어뒀던 기준금리를 올 들어 8.0%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역풍뿐 아니라 브라질 금융시장이 정상을 되찾고 있는 것도 금융거래세 폐지의 배경이 됐다. 특히 최근 FRB가 양적완화 축소 조짐을 보이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 헤알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게 주효했다고 FT는 지적했다. 한동안 2헤알을 크게 밑돌았던 헤알/달러 환율은 최근 2.1헤알 선으로 상승(헤알화값 하락)했다.
마르셀로 샐로몬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정부는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이 변하면서 오히려 헤알화 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브라질의 갑작스런 금융거래세 폐지가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시장의 거래량이 폭증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샐로몬은 다만 금융거래세 폐지가 매도세를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금융거래세 부담 탓에 브라질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