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EU산 농산물 수입금지...파장 우려

러, 美·EU산 농산물 수입금지...파장 우려

김신회 기자
2014.08.07 11:22

美·EU 수출업자 타격 불가피...식료품 수입 의존도 40% 러시아도 역풍 우려

러시아의 보복제재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농산물 수출업자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식품검역당국 대변인인 알렉세이 알렉센코는 이날 밤 러시아 국영 뉴스통신사인 리아노보스티에 "미국이 생산해 러시아가 수입하는 (농업부문의) 모든 게 금지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산 과일과 채소의 수입도 완전 금지 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수입금지 대상 농산물과 식품의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취하거나 제재 결정에 동참한 나라에서 생산한 특정 농산물과 원자재, 식품의 수입은 금지되거나 제한될 것"이라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했다.

원칙적으로는 미국과 EU뿐 아니라 캐나다, 일본, 호주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농산물 및 식품 금수조치가 시행되면 미국과 유럽 수출업자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게 러시아는 EU의 과일·채소 수출업자들에겐 가장 큰 시장이고 미국 가금류 업체들에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경제·산업분석 업체인 IHS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럽산 과일·채소 수입액은 한 해 20억유로(약 2조7660억원)에 이른다. 또 미국의 가금류 수입액은 연간 3억300만달러로 미국 전체 가금류 수출의 7%를 차지한다.

FT는 러시아의 농산물 및 식품 수입 금지 조치는 무역상대국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등장한 단골메뉴라고 지적했다.

실제 러시아 동·식물위생당국과 소비자보호당국은 지난 2주 동안에만 루마니아산 소고기, 폴란드산 과일과 채소, 라트비아산 돼지고기, 우크라이나산 유제품과 곡물, 과즙, 몰도바산 식물 등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고 라트비아산 분유와 생선, 우크라이나산 치즈, 미국산 냉동새우는 개인이 주문한 것까지 되돌려 보냈다. 러시아의 제재에 맞서 폴란드의 한 신문은 '국산 과일 먹기' 캠페인에 나섰을 정도다.

폴란드 경제부는 러시아의 과일 금수조치로 GDP(국내총생산)의 0.6%가 줄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식품 위생 위반 등을 금수 조치의 근거로 삼았지만 서방의 제재 수위가 높아진 만큼 미국과 유럽에 대한 금수조치에 굳이 이유를 달 필요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EU는 최근 친러시아계 우크라이나 반군 근거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격추된 것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번 금수 조치는 러시아에도 만만치 않은 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러시아가 국내에서 소비하는 식품의 4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러시아가 수입 식료품 수요를 재빨리 국내 제품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지 식품 소매업체들의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미국·유럽산 식품 수입 금지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의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7.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물가앙등이나 식료품난으로 인한 사회동요를 피하려면 식품 금수 카드를 남발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러시아 컨설팅회사인 마크로아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파트너는 "러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식료품 물가가 급등하는 게 아닌지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물가가 뛰면 서방의 제재는 별게 아니라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믿음도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물가가 최근 급등한 데는 식료품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며 연초 EU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한 게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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