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증시가 연이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고위 인사들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나스닥종합 지수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주간 기준으로 8주 연속 상승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3.15포인트(0.14%) 하락한 2183.87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45.13포인트(0.24%) 내린 1만8552.57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77포인트(0.03%) 떨어진 5238.3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는 경기지표 발표가 없었던 탓에 FRB 고위 인사들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까지 곧 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부담이 됐다.
업종별로는 금리 인상에 민감한 유틸리티와 통신 업종이 각각 1.22%와 0.86% 하락했고 에너지 업종도 0.82% 밀렸다.
◇ FRB 고위 인사 이어 그린스펀 전 의장도 ‘금리 인상’ 전망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린스펀은 이번 주말에 방송되는 블룸버그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우리가 이 수준의 금리를 매우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FRB가 금리인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하고 어쩌면 매우 빠른 인상 속도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은 또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이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단위노동비용이 오르기 시작하고 통화공급량 증가세가 가팔라진 게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린스펀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유로존이 붕괴할 것"이라며 "여러 다른 지역에서 그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전날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유로존이 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쪼개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로존이 함께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합의이혼을 해야 할 것"이라며 "2-3개의 서로 다른 통화를 쓰는 지역으로 쪼개지는 게 나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현재 완전고용 상태고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향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으며 목표가 시야에 들어온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 수준까지 올리는 일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PICK!
또 “만약 너무 늦은 시점까지 기다린다면 급제동 위험이 있고 경기 과열로 인한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경제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야 한다는 위험 부담도 있다”고 덧붙였다.
9월 금리 인상설의 불을 지폈던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도 이날 “내 시각은 지난 16일 이후에 변하지 않았다”며 9월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달러 ‘8주 최저’에서 반등, 금값 ‘2주 최대 낙폭’
이같은 FRB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3% 상승한 94.55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32% 하락한 1.1316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34% 오른 100.21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0.76% 내린 1.30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정책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른 시일 내에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8주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 강세는 금 가격을 끌어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1달러(0.8%) 하락한 1346.2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일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0.2% 상승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42.3센트(2.1%) 급락한 19.317달러에 마감했다. 이번 주에만 약 2% 떨어졌다.
백금과 팔라듐 가격도 각각 1.3%와 0.6%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와 2.7% 떨어졌다. 구리는 약보합으로 마감했고 이번 주 전체로는 1.3% 상승했다.
◇ 국제유가, 차익실현·산유량 동결 기대감에 '혼조'…WTI 주간 9.1%↑
국제 유가가 차익 실현 매물과 산유국 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엇갈리면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3달러(0.6%) 상승한 48.52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무려 9.1% 급등했다.
반면 북해산 브랜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0.12달러(0.24%) 하락한 50.7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주에만 약 8% 올랐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엇갈린 모습을 보인 것은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산유국 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 유가는 9월 열리는 산유국 회동에서 산유량 동결 조치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주간 배럴당 10달러, 약 25% 상승하며 '강세장'에 진입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은 기초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은 아니다"며 "원유 수요는 지지부진하고 휘발유 수요와 중국의 원유 수입 역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많은 국가에서 원유 공급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 건수가 증가한 것도 유가에 부담이 됐다. 원유정보 제공업체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 건수는 지난주 10건 늘어난 406건으로 집계됐다. 8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 유럽증시, 은행·자동차 업종 부진에 일제 하락
유럽 증시가 은행과 자동차 업종 부진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0.8% 하락한 340.14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7% 내렸다.
영국 FTSE 지수는 0.15% 내린 6858.95로 마감했고 독일 DAX 지수도 0.55% 하락한 1만544.36으로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 지수는 0.82% 밀린 4400.52로 장을 끝냈다.
이날 유럽 증시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BMPS 은행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파생상품 관련 시장 조작과 회계 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직격탄이 됐다.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2.2% 급락했다. BMPS가 2.6% 하락했고 유니크레딧과 BPE 은행도 각각 6.3%와 5.8% 떨어졌다.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우려는 다른 유럽 은행들의 주가도 끌어내렸다. 도이치뱅크가 3.1% 하락했다.
골드만삭스가 BMW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한 영향도 컸다. BMW가 1.9% 하락한 것을 비롯해 피아트와 다임러 주가도 각각 3%와 1% 밀렸다. 푸조 역시 1.4%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