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속세는 바보나 내는 것"… 대상자 1800명 불과한 美상속세

[MT리포트]"상속세는 바보나 내는 것"… 대상자 1800명 불과한 美상속세

강기준 기자
2018.11.13 08:27

[징벌적 상속세]⑥ 상속세 면제 한도 124억원, 대부분 해당 없어…각종 절세방법 동원해 이 조차 피해하면 논란

[편집자주] 구광모 LG 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상속 재산의 60%인 9200억원의 사상 최대 상속세를 낸다. 고 구본무 LG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에 20%의 할증을 더한 뒤 최대 상속세율인 50%를 적용한 것이다. 대주주에게 적용되는 징벌적 할증을 포함, 상속세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논란을 짚어 본다.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상속세는 바보들이나 내는 것이다."

게리 콘 전 백악관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해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미국 부자들이 상속세법의 '구멍(loophole)'을 이용해 세금을 피하는데 (상속세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개정 세법인 '감세와 일자리 법안'을 추진하면서 "상속세 때문에 수 많은 농부들이 농장을 판다"며 이를 폐지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고 했다. 폐지는 못했지만 상속세 면제 한도를 두 배로 높였다.

이 결과 미국은 사실상 상속세가 없는 나라이다. 해당 되는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으로 올해 상속세 면제 한도는 1인당 1118만 달러, 부부라면 2236만 달러(약 248억 원)까지다. 이 기준을 넘어야 상속세 40%를 낸다.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사망자의 0.1%(약 1800여명)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사망자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연방 상속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정확히는 '유산세(estate tax)'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상속세를 전부 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매년 상속세 논란이 뜨겁다. 이를 절세 테크닉으로 보느냐, 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느냐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세금만 11조원 낸 빌 게이츠 향한 논란의 시선

미국의 '기부왕'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논란을 피해가진 못한다. 그는 워렌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조지 소로스 등 부호들과 함께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을 주도하며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매번 주식을 팔아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미국판 지식공유사이트 쿼라(Quora)에서는 "상속세와 각종 세금을 회피하려는 수법일 뿐"이라거나 "어느 정도 절세는 있겠지만, 자선활동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는 기부가 게이츠 부부가 세운 단체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지난해에도 46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MS 주식을 팔아 대부분을 이 재단에 기부했다.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그동안 주가상승으로 인한 차익에 대해 매겨지는 '자본소득세(Capital Gain Tax)'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이츠 같은 이들은 수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게다가 각종 신탁을 설립한 후 수혜자를 자녀로 돌리는 방식 역시 상속세를 피하는 방법이다. 투자가 잘돼 신탁의 자산가치가 높아질수록 자녀가 받는 혜택은 커진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게이츠 창업자는 올 초 "여태껏 낸 세금만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달한다"며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의 쏠림현상 점점 심해진다…규제 강화 목소리

미 세금정책센터(TPC)는 이 같은 절세 방법을 통해 상속세 40%를 실제로 다 내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속세를 낸 사람들은 과세 대상에서 평균 17%만 상속세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미국 부호들의 자산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며 상속세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시민단체 인이퀄리티(Inequality)는 공화당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코크 가문을 비롯해 월튼, 마스 가문 등의 자산은 1982년 이후 6000%나 증가한 반면 이 기간 미국 가계자산 중간값은 오히려 3%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게이츠와 버핏 등의 재산은 미국 중간소득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의 재산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등도 상속세 폐지 등에 반대 입장을 펼친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상속받은 금권정치(plutocracy)"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의 부가 점점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몰리고 이것이 권력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처럼 정당 지원금과 로비자금 지출이 합법적인 나라에선 이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고 다시 부를 쌓는 '피드백 고리(loop)'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적 패자에게는 끔찍한 절망과 아픔, 죽음만이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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