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규제 안받는 기업들…삼성전자 쫓는 그들[차이나는 중국]

중국에서도 규제 안받는 기업들…삼성전자 쫓는 그들[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1.09.05 06:10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화웨이 워치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화웨이 워치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한 국가의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뭘까. 인구, 경제력, 국토면적? 모두 중요하지만, 국경의 의미가 퇴색해지고 글로벌 1위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을 독차지하는 요즘 가장 중요한 건 기업, 특히 제조기업의 경쟁력이다.

즉 삼성전자의 경쟁력 수준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대표하고 애플, 테슬라가 미국의 경쟁력을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1위 업체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도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을 끌고 가는 효과도 있다.

중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뉴스가 터져 나오지만, 제재 대상은 전부 인터넷?플랫폼 업체다. 제조업체, 특히 반도체·전기차·2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중국 정부가 규제한다는 뉴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신 중국은 중국의 삼성전자를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삼성전자에 가장 근접한 중국 대표 제조기업을 살펴보자.

화웨이, 샤오미, CATL, 그리고 BYD

중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4대 기업은 화웨이(통신장비·스마트폰), 샤오미(스마트폰), CATL(배터리), BYD(전기차)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을 우리 돈으로 환산했을 때 화웨이(57조원), 샤오미(29조원), BYD(16조원), CATL(8조원) 순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매출액인 129조원과는 차이가 크다.

화웨이가 가장 삼성전자에 근접한 기업이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재에 의해 화웨이의 날개가 꺾였다.

그동안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대만의 TSMC가 생산하는 기린시리즈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화웨이는 제재로 TSMC를 통한 모바일 AP 생산이 불가능해지면서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포기해야 했다. 화웨이의 야심작인 '기린9000' 등 최신 AP는 TSMC가 최첨단 5나노 공정으로 생산했기 때문에 SMIC 등 중국 파운드리업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화웨이는 지난해 10월 저가형 브랜드인 아너스를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4%, 당기순이익은 25% 급감했다. 아너스 매각 및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3분의 1로 쪼그라든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반기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의 전략목표는 "생존, 즉 회사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존"하는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화웨이의 위기감은 크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률은 오히려 전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9.8%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보였다. 비상장기업인 화웨이의 기업가치는 최소 220조원(PER 20배 수준)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어부지리를 누린 건 또다른 중국업체인 샤오미다. 올해 2분기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16.7%)를 기록하는 등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했다. 상반기 샤오미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사상 최고치인 29조원과 2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전년 대비 59.5%, 118% 급증했다. 샤오미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다. 샤오미의 시가총액은 9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샤오미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을 탑재하는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오포?비보 등 쟁쟁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거센 도전에도 직면하는 등 헤쳐 나가야할 난관 역시 많다.

올해 각광받고 있는 배터리, 전기차 업종
/자료=SNE리서치
/자료=SNE리서치

최근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기업은 배터리업체인 CATL이다. 지난 8월31일 기준 시가총액이 206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516조원)이 워낙 큰 삼성전자에 비하면 40%밖에 안되지만, 코스피 시총 2위 SK하이닉스(78조원)보다는 2.6배나 큰 초대형 기업이다.

올해 1~7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148만대에 달하는 등 전년 대비 약 200% 증가하면서 배터리업체인 CATL는 올해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상반기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약 8조원과 8000억원에 불과하다. 8000억원에 2를 곱한 1조6000억원을 올해 전체 당기순이익으로 가정한다면 CATL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30배에 달한다. 중국 투자자들이 얼마나 CATL에 열광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 41.2GWh로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3.2GWh로 2위를 기록했다. 아마 지금 중국 정부가 가장 흐뭇하게 바라보는 기업이 CATL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라는 새로운 산업에서 글로벌 선두자리를 차지하길 원하는데, CATL이 그걸 이뤄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CATL이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장에 나서면서 쩡위친 CATL 회장은 중국 지방정부 수장이 버선 발로 뛰어나올 만큼 반기는 기업가가 됐다.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며 이로 인한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업체인 BYD도 빼놓을 수 없다. 상반기 BYD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약 16조원과 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0%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0% 줄었다. 지난해 BYD는 생산라인을 마스크 생산에 돌리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는데, 올해는 마스크 부문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YD는 올해 6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4만729대를 판매하면서 2위를 차지하는 등 테슬라(10만9621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142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보면 BYD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향후 화웨이, 샤오미, CATL, BYD 등 선두 제조기업이 중국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아직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크지만, 이들이 얼마나 삼성전자에 근접할 수 있을지가 우리나라와 중국 산업 경쟁의 관건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을 잘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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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논설위원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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