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14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난이도도 높다. 흔히 우리는 중국과 국경이 접하고 있는 국가 중 중국과 관계가 좋은 국가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땡! 틀렸다. 중국이 북한보다 더 친밀하게 생각하고 강철동맹으로 여기는 국가가 있다. 바로 파키스탄이다. 이유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안 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중국의 외교정책이 2013년 중국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이후 더 어려워졌다. 시진핑 정부가 '도광양회'(韜光養晦,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대신 '대국굴기'(大國?起)로 대외기조를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중국제조2025'를 발표하는 등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나섰다가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카운터펀치(관세부과, 화웨이 제재)를 맞으면서 중국의 외교기조도 다시 한번 조정을 겪고 있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중국과 항상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마침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 조지 워싱턴대 교수를 비롯한 15명의 글로벌 석학이 함께 집필한 '중국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China and the World)가 번역 출판됐다.

책에서는 중국의 외교정책이 나오도록 하는 중국 내부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책은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이 마주한 도전과제를 7개로 정리한다. 바로 국내 정치문제의 영향, 미국과의 관계, 러시아와의 관계, 아시아 이웃 국가와의 관계, 일대일로, 글로벌 거버넌스, 소프트 파워다.
이중 가장 중요하고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과의 관계, 아시아 이웃과의 관계 및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중국의 도전과제를 살펴보자.
2018년 트럼프발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드러났듯이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는 미중관계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쌍방 무역과 투자), 기술 혁신, 해외유학,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관계, 홍콩과의 관계, 남중국해에서의 국가 안보 등 중국의 미래와 직결된 요인들과 관련되어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중국의 국가적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하거나 차단 혹은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세계 모든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다른 국가를 선택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지만, 대미관계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장점은 경제 역량과 전 세계 곳곳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막대한 재정과 해외에 파견할 수 있는 무한한 노동력이지만, 미중 경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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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가장 곤란해진 건 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쪽의 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어느 국가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중 양국에 고조된 마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경쟁적이고 스트레스적인 미중 관계를 공동 관리하는 것이 핵심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중국의 또 다른 주요 과제는 아시아 주변 이웃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이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이웃 국가들이 대(對)중국 견제연합에 나선다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중국과 아시아 이웃국가들의 관계는 대개 우호적이었지만, 2010년 무렵 중국이 공세적으로 돌변하기 시작하면서 충돌이 커지고 있다.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 문제,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책에서는 이런 추세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강해진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면서 아시아 이웃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더 큰 반발과 대응이 촉발되기 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중국이 21세기판 제국주의적인 '조공'(朝貢) 체제'를 재현하려 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중국과 같은 잠재적인 패권국의 등장은 국제관계에서 '편승효과'(bandwagoning)라고 하는 경향성을 부추길 수 있다. 이웃국가들이 자기 보호와 안보를 이유로 강대국과 제휴하는 경향인데, 강대국이 다른 국가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외교적 후원의 혜택을 보려는 경향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약소국가가 선택하는 전략인데, 현재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과 캄보디아만 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적대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역시 인도와 적대적인 중국과의 궁합이 잘 맞는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현재 일부 아시아 국가들(라오스, 미얀마 등)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대다수는 중국 쪽으로 기울지 않고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역내 국가들에게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이 계속해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중국과 세계와의 관계에서 예상되는 마지막 과제는 '소프트 파워'다.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려면 중국은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투사해야 한다. 그런데 소프트파워는 사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다.
이 개념을 창안한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소프트파워를 '다른 이들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선호도를 형성'하는 '공동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프트파워는 주로 사회에서 유기적으로 발생하며 문화, 가치 및 규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책이나 정치 체제로부터는 이차적으로만 발생한다.
대략적인 설명만 들어도 중국과 소프트파워는 거리가 멀고 심지어 중국이 반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올 것이다. 특히 반중감정을 가진 우리나라 2030세대 중에는 중국이 공산주의라서 싫다는 이유도 많다. 중국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진하는 등 우리가 공산주의에 대해 가진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지만, 일당 독재 체제의 권위주의 국가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6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글로벌 여론조사에서도 17개국 중 미국보다 중국에 더 우호적인 시각(64%)을 가진 국가는 싱가포르가 유일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비율이 77%에 달한 반면 중국에 우호적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전 세계 17개국 결과의 중간값도 미국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비율이 61%에 달한 반면 중국에 우호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보다 미국을 2배 이상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해외에 소프트파워를 투사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세프 나이는 소프트파워는 한 국가의 사회와 문화로부터 유기적으로 생성되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개방적인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소프트파워가 창출될 수 있는 정치 체제인데 반해, 권위주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역시 권위주의 체제가 문제다.
강대국이 비난 받는 건 숙명이다. 그건 권력의 일부이자 속성이다. 대신 성숙한 권력은 비판을 듣고 반성하고 수용한다. 만약 중국이 성숙한 권력이 된다면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한 단계 발전한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 시점은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