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직업학교 총기난사 사건

2008년 9월 23일(이하 현지시간) 핀란드 카우하요키의 한 직업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자살한 범인을 포함해 총 11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범인은 지하실을 이용해 핀란드 카우하요키에 있는 세이나요키 응용과학대학교 건물에 들어왔다. 당시 학교에는 약 150명이 있었다.
총격은 오전 10시40분쯤 한 강의실에서 시작됐다.
가죽 재킷을 입고 복면을 뒤집어쓴 범인은 22구경 반자동 권총과 탄약, 화염병 등을 들고 20여 명이 경영학 시험을 치고 있던 강의실로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그는 또 대학 복도와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시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
학교 관리인 유카 포스베르크는 "짧은 시간에 수십 발의 총탄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 자동소총 같았다"며 "그는 매우 잘 준비돼 있었다. 침착하게 걸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냉혈한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남자가 복도에 검은 가방을 두고 강의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걸 봤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날 향해 총을 쐈다. 다행히 나는 (총에) 맞지 않았다. 지그재그로 달리며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참상을 떠올린 포스베르크는 "끔찍한 고통의 비명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총격으로 학생과 교직원 등 10명이 숨졌다. 여학생 8명과 남학생 1명은 강의실에서, 남성 교사 1명은 복도에서 사망했다. 학생들은 모두 20대였으며, 교사는 50대였다.
여학생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살아남았고, 이외에 학생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강의실에 있다가 탈출에 성공한 한 학생은 당시 범인이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총을 쐈고, 총을 쏘다가 교실에서 나가 총을 다시 장전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복도에서 숨진 교사는 강의실로 돌아가려던 범인을 가로막다가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총격 후 강의실에 휘발유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의 시신이 손상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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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범인의 총격에 진입하지 못했고, 오전 11시 45분쯤 장갑차 등을 동원한 경찰부대가 건물 진입을 시도했으나, 범인의 방화로 발생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총기난사범은 이 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던 2학년 학생 마티 주하니 사리(당시 22세)였다. 사리는 총기를 난사한 뒤 오후 12시30분쯤 자기 머리에 총을 쏴 자살을 시도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사리는 범행 전 수주간 총기 난사를 위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가 학교 기숙사에 남긴 메모에는 지난 6년간 학살을 계획해왔다고 적혀있었다.
사리는 범행 약 한 달 전 22구경 반자동 권총을 구입한 뒤 면허를 취득했고, 범행 5일 전엔 유튜브에 가죽 재킷을 입고 지역 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카메라를 향해 총구를 겨눈 뒤 "다음엔 네가 죽을 거야"라고 말하곤 네 발을 쐈다.
범행 하루 전날인 22일 사리는 사격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사리에게 총기 면허가 있어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를 풀어줬다.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사리는 하루 만에 총기 난사 범행을 저질렀다.
사리의 유튜브 즐겨본 영상에는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콜럼바인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 영상들이 올라있었다.
또한 사리는 유튜브 닉네임을 '왐프스컷86'으로 지정하고, 사용자 프로필에는 "모든 생명은 전쟁이고, 모든 생명은 고통이다. 당신은 자신만의 전쟁에서 혼자 싸우게 될 것"이라는 독일 메탈 록 밴드 왐프스컷의 곡 'War' 가사를 적어두기도 했다. 이 곡은 전쟁의 폭력성, 파괴, 인간성 상실 등을 다뤘으나, 사리는 이를 인용해 자신의 호전성을 드러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2007년 11월 핀란드 남부의 요켈라 고등학교에서 8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해 핀란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요켈라 사건의 범인인 학교 재학생 페카 에리크 아우비넨(범행 당시 18세)은 따돌림을 받은 뒤 이에 분개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리는 아우비넨과 같은 곳에서 총기를 구입했으며,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유튜브 영상을 공개한 후 범행을 저지르고 총기 난사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유사한 범행 방식을 보여 아우비넨에게 영향을 받았을 거라 추정됐다.
요켈라 사건 약 1년 만에 카우하요키 사건이 발생하자 마티 반하넨 당시 핀란드 총리는 "비극적인 날"이라며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 날은 핀란드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됐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인구 대비 총기 보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2007년 핀란드의 총기 소유율은 미국과 예멘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핀란드에서 총기 소유 허가를 받은 사람은 약 43만 명이며 등록된 총기는 150만 정 이상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정부는 2010년 총기 규제를 강화해 총기 허가 신청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0세로 상향했으며, 총기 허가 신청자에 대한 경찰의 신원 조사 권한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도 핀란드 반타의 비에르톨라 초등학교에서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12세 남학생이 친척 명의의 총기를 동급생들에게 난사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