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시대에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으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미국 텍사스 기업 퍼미가 상장 첫날인 1일(현지시간) 공모가 대비 55% 급등 마감했다. 이날 시간외거래에서도 9% 이상 추가 상승했다.
퍼미는 전날(지난달 30일) 공모가 21달러로 IPO(기업공개)를 마쳤고 이날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FRMI라는 티커로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 21달러는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18~22달러 범위의 상단이다.

퍼미는 상장 첫날인 이날 25달러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시간이 갈수록 주가 상승폭이 커지더니 공모가 21달러 대비 54.9% 뛰어오른 32.53달러로 마감했다. 시간외거래에서도 주가가 9.4% 추가 상승해 35.58달러까지 올랐다.
퍼미는 텍사스 공과대학에서 99년간 장기 임차한 640만평 규모의 부지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불과 올해 1월에 설립된 만 10개월도 안된 회사다.
퍼미는 이 부지에 천연가스 발전소와 대형 원자로 4기, 태양광 패널 및 배터리 설비를 통해 총 11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후버댐 발전량의 5배가 넘는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는 수십년만에 미국에서 건설되는 가장 큰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로 '도널드 J. 트럼프 발전소'라는 이름이 붙는다.
퍼미가 투자자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퍼미는 일단 내년 말까지 1G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발전소 신규 용량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상당히 빠른 일정으로 평가된다.
토비 노이게바우어 퍼미 최고경영자(CEO)는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이 부지에는 2038년까지 뉴욕시 전체 발전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전력 생산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퍼미는 사모펀드 운영 경험이 있는 노이게바우어와 전 텍사스 주지사이자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인 릭 페리 및 그의 아들 그리핀 페리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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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미는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형태로 운영된다. 리츠는 발생한 현금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구조인데 퍼미는 당분간 매출 없이 인프라 건설 비용만 들어가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간은 배당금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퍼미의 사업은 현재 달리는 차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 아직은 사업이 구상에 가깝고 물리적으로 진척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퍼미는 이번에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IPO를 진행해 6억825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대부분 인프라 장비를 확보하는데 쓰인다.
미국 증시에도 퍼미 같은 형태의 기업이 상장되기는 처음이다. 아직 건설되지도 않은 발전소를 자산으로 하는 리츠이기 때문이다.
퍼미와 가장 가까운 형태의 리츠는 에퀴닉스인데 에퀴닉스는 발전소가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자산으로 하며 이미 데이터센터를 보유해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에퀴닉스의 배당수익률은 2.4%이다.
다만 퍼미 부지는 천연가스 지대와 인접해 있어 천연가스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천연가스 터빈 장비도 이미 확보했다.
이달 초에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고객과 최대 40년간 데이터센터 공간 임대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노이게바우어는 이에 대해 "첫 고객은 매우 큰 회사로 기술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퍼미가 임대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은 빨라야 2027년 이후이고 그나마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사이에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임대 수익이 부채 상환을 충당할 만큼 빨리 유입되지 않는다면 사업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슈나이더 캐피털 그룹의 창립자인 팀 슈나이더는 "(퍼미의) 사업모델은 결국 현금이 유입돼 고비용의 부채 의존도를 낮춰야 작동한다"며 퍼미의 주가가 7달러에서 105달러 사이의 극단적으로 넓은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운영 성과가 정체되면 레버리지가 올라가고 비용은 불어나 주식 가치가 흔들릴 수 있으며 이 경우 부정적인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며 "역사엔 긍정적인 자기 강화적 순환(아마존, 테슬라)과 부정적인 자기 강화적 순환(닷컴 버블, 위워크)의 사례가 모두 존재하기에 이런 변수가 주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미가 어떤 자기 강화적 순환을 보이느냐에 따라 주가 전망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