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베아트리스 마지스트로 노스이스턴대 조교수·소피 보바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조교수·R. 마이클 알바레즈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바트 보니코브스키 뉴욕대 사회학과 부교수·피터 존 로웬 코넬대 행정학교수, 포린 어페어스 공동 기고 '다가오는 AI 반발'

AI(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포퓰리즘과 배타주의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아트리스 마기스트로 노스이스턴대학교 조교수 등 5명의 학자는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의 공동 기고문 '다가오는 AI 반발(The Coming AI Backlash)'을 통해 "AI의 확산에 따라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민주주의의 안정성과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AI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자 재교육과 사회보험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 성향이나 정당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응답자 다수가 'AI 관련 근로자 재교육'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경제학자들 역시 AI 확산에 따른 해고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교육, 기술 규제, 사회보험 개선 등을 제시한다. 기술 발전이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만큼 피해 노동자들을 위한 적응 기회 제공과 합리적인 보호장치, 일정 수준의 소득 보장 등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저자들은 비판했다. 과거 무역 세계화가 진전되며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했을 때 대부분 국가들은 실질적인 재교육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현재 AI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대량 해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상황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며 기존의 사회 안전망도 부채 문제로 축소되는 추세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재정 법안을 통해 공공 의료보험과 영양 지원 프로그램을 삭감했다.
저자들은 정부의 정책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AI 도입에 따른 해고 문제를 이민자 문제나 불공정 무역 문제로 바꾸어 배타주의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 연구에 따르면 관세를 통해 수입을 제한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방한다고 해도 AI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근로자 해고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이 축소되면 기업의 투입 비용은 상승하고 수출 시장은 위축되기 때문이다. 또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AI 도입과 설비 자동화를 서두르게 된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현실이 민주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확산으로 경제적 충격을 받은 유권자들로 인해 배타적인 정치 지형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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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부가 AI 관련 재교육과 사회복지 강화 등을 포함한 '적응형 정책(adaptive policy)'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 불안을 완화하고 민주주의의 균열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구체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AI 시스템과 함께 일하는 방법 △자동화에 취약한 분야의 기술 개발 △AI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 전환 등을 제시했다. 또 △해고 근로자를 위한 소득지원 프로그램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간 감독 의무화 △AI 피해 책임 체계 등의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들은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고용시장의 충격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적응형 정책을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