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보도…홍콩 출신 2인 "큰돈 번다" 말에 속아 태국 갔다가 미얀마로 끌려가

최근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우리 국민들을 납치, 감금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하는 사건이 논란인 가운데 인접국 미얀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증언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공개됐다.
21일(현지시간) 공개된 SCMP 보도에 따르면 홍콩 출신 20대 여성 낸시는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살아남았다"며 "(미얀마에서)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를 삶을 살았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낸시는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태국에서 무역 일을 하면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친구'로부터 듣고 태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낸시는 태국에 입국하자마자 미얀마의 보이스피싱 범죄단지로 끌려갔다.
이곳에서 낸시는 부유한 미국 노년층을 표적으로 '로맨스 스캠'(연애 감정을 자극하면서 돈을 뜯는 사기 수법)을 포함해 온갖 사기 범죄에 가담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한다. 홍콩 출신 30대 남성 에릭도 비슷한 광고에 속아 태국으로 건너갔다가 미얀마로 끌려갔다. 낸시와 에릭은 모두 조직에서 탈출했다.
두 사람은 미국 시간대에 맞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면서 범죄 대상을 물색했다. 에릭의 증언에 따르면 1인당 휴대전화 4대와 컴퓨터 1대를 받아 틴더, 틱톡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돌아다니며 최소 하루 두 개 이상 전화번호를 얻어내야 했다. 이렇게 얻어낸 전화번호로 에릭, 낸시 같은 말단 직원들이 연락을 해 답장을 얻는 데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상급 조직원이 연락처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사기에 착수했다.
피싱 조직은 성과급과 승진 제도도 운영했다. 피해자에게서 1만 달러(1425만원)를 뜯어내면 말단 조직원에게 1만 위안(200만원)이 돌아갔다. 말단 직원이 상급자 눈에 띄면 말단 직원 6명을 관리하는 '리더'로 승진한다. 리더는 월 1만 위안 이상 고정급여를 받는 대신 말단 직원들을 독촉하는 역할을 맡는다. 리더 위에 조직 운영을 감독하는 상급자가 따로 있다고 한다.
성과가 부진한 조직원은 구타 등 처벌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낸시는 조직원들에게 구타를 당해 다리가 부러져 끝내 절단한 남성을 봤다면서 "(미얀마 범죄 조직에서는) 손이 붙어 있는 한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했다.
낸시는 "내가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한 사진작가는 이미 두 번이나 (피싱)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며 "그래도 나는 진심으로 친절한 척하면서 다시 사기를 쳤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낸시는 조직에서 탈출하기 전까지 성공시킨 범행은 단 한 건이라면서 "내가 (성공 대가로) 얼마를 벌었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