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 중국주석 vs 로스쿨 출신 미국대통령…승자는? [차이나는 중국]

공대 출신 중국주석 vs 로스쿨 출신 미국대통령…승자는?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기자
2025.10.26 07:30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댄 왕과 '브레이크넥' 표지 사진/사진=블룸버그
댄 왕과 '브레이크넥' 표지 사진/사진=블룸버그

중국계 캐나다인 댄 왕(Dan Wang)이 쓴 '브레이크넥: 미래를 설계하려는 중국의 탐구'(Breakneck: China's Quest to Engineer the Future)가 최근 미국에서 화제다.

특히 미중 기술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듯했던 중국이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미국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댄 왕은 중국경제 분석업체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에서 일하면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중국 기술업계를 취재해 왔다.

브레이크넥은 변호사의 나라가 된 미국이 엔지니어의 나라인 중국을 이기기 힘들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댄 왕은 6년간에 걸친 중국 생활을 끝내고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리서치 펠로우로서 중국을 연구하고 있다.

댄 왕은 10월 초 후버연구소가 진행하는 '굿 펠로우스'라는 프로그램에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육군 중장 출신인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미중 기술 경쟁을 토론했는데, 재밌는 내용이 많다. 특히 니얼 퍼거슨 교수가 던진 통찰력 있는 질문이 돋보였다.

브레이크넥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굿 펠로우스'의 토론 내용도 들여다보자.

중국 엔지니어들이 미국 변호사들을 이기는 이유

댄 왕이 쓴 브레이크넥의 핵심 주장은 중국이 무언가를 건설하는 데 탁월한 엔지니어링 국가로 운영되는 반면, 미국은 무언가를 막는 걸 선호하는 변호사 국가로 변했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 주석 역시 장쩌민(1993~2003), 후진타오(2003~2013), 시진핑(2013~ )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장쩌민은 상하이교통대 전기과, 후진타오는 칭화대 수리공정학과, 시진핑은 칭화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다만 시진핑은 태자당 출신으로 칭화대에 추천입학해, 정통 이공계로 보긴 어렵다.

지난 8월16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의 브레이크넥 서평기사에 따르면 댄 왕은 미국은 법조 귀족이 결과보다 절차를 우선시하며 체계적으로 부유층을 편애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로스쿨을 졸업했다.

중국 고속철 연장 및 국가별 고속철 연장/그래픽=김지영
중국 고속철 연장 및 국가별 고속철 연장/그래픽=김지영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양국이 어떻게 고속철을 건설하는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를 연결하는 연장 800마일(1280㎞)의 캘리포니아 고속철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이 무렵 중국도 비슷한 거리인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 건설을 시작했다. 3년 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은 360억달러의 비용에 완공됐으며 10년간 14억명에 달하는 승객을 수송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고속철의 첫 구간은 2030년~2033년 사이에 개통될 예정으로 전체 예상 비용은 1280억달러에 달한다.

재밌는 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중 양국이 7살 때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가서 중국과 미국에서 각 6년씩을 보낸 댄 왕에게는 쌍둥이처럼 닮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념적인 차이는 차치하고 두 나라 모두 낙관적이고 실용적이며 종종 저속한 물질주의를 드러낼 뿐 아니라, 자신들의 국가가 특별한 운명을 지닌 독보적인 강대국이라 믿으며 작은 나라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이 대목은 트럼프 취임 이후에 더 맞는 말이 된 것 같다.

후버연구소의 대담: 댄 왕 vs. 니얼 퍼거슨, 허버트 R. 맥매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댄 왕, 허버트 R. 맥매스터, 니얼 퍼거슨/사진=후버연구소 유튜브 캡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댄 왕, 허버트 R. 맥매스터, 니얼 퍼거슨/사진=후버연구소 유튜브 캡처

지난 10월1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굿 펠로우스'에서 진행된 대담에서도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 많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쟁쟁한 인물들이 MZ세대인 댄 왕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니얼 퍼거슨은 역사학자 답게 중국 엔지니어와 시진핑 사상에 대해 질문하는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댄 왕은 중국 정치에 관한 질문도 능란하게 대답했다.

이날 사회자는 처음부터 "미중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보다 잘 설계된 국가는 어디인가? 건설하는 쪽인가 아니면 소송하는 쪽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댄 왕은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서 아셀라(Acela) 열차에 탑승한 얘기를 꺼냈다. 아셀라 열차는 미국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북동간선을 운행하는 고속철도로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약 2시간 45분이 소요된다. 그는 열차가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열차 안에서 본 내용이 뇌리에 남았다고 전했다.

얼마 안 있어 새로운 버전의 아셀라 열차가 도입되는데, 기존 아셀라 열차보다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11분이 더 걸린다는 내용이다. 댄 왕은 "미국이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반면, 중국은 새로운 교량, 고속도로, 고속철도와 원자력발전소 등 온갖 인프라를 건설하는 거대한 건설 열풍에 몰두하고 있다. 누가 미래의 승자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댄 왕은 앞서가는 나라는 항상 자만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며 코로나19 초기 팬데믹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격적인 봉쇄로 코로나 통제에 성공했지만, 곧 부동산업체와 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며 성장률을 깎아먹은 걸 예로 들었다.

댄 왕은 보조금 등 산업정책에 대해서 말하다가, 미국 조지아 주의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쇠사슬을 채워서 굴욕감을 느끼게 한 건 엄청난 실수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기위해 엔지니어를 보낸 동맹국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사회자는 2028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엔지니어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대책 찾기에 나서고 미국 대학이 더 많은 엔지니어 배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미국 8학년(중3) 10명 중 4명이 수학에서 낙제 수준이라는 점이다. 사회자가 "중국의 수학 교육과 엔지니어 양성에서 배울 점이 있는지?" 묻자, 댄 왕은 중국은 수학과 엔지니어링 교육에는 진심이지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짚었다.

댄 왕은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를 가진 미국 대통령이나 하원 의원이 좀 더 있었으면 한다며 상원 의원 100명 중 54명이 로스쿨 출신이며 단 한 명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 중 엔지니어 출신도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 단 두 명뿐이다.

엔지니어가 풀 수 없는 시진핑 후계 문제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국경절) 76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 국경절은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5.10.01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국경절) 76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 국경절은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5.10.01

니얼 퍼거슨은 시진핑 후계 문제를 물었다. 아무리 엔지니어가 많아도 풀 수 없는 문제가 독재국가의 후계 문제라는 것이다. 퍼거슨은 시진핑 주석의 임기 연장으로 취약성이 발생했는데, 중국 지도부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물었다.

댄 왕은 "후계 문제가 중국의 최대 취약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독재 시스템에서 후계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법은 없으며 이는 중국에 엄청난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자신은 중국을 '레닌주의적 테크노크라시(기술관료제)'라고 칭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과 변호사의 나라 미국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 알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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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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