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인권 상황을 유엔(UN) 회원국으로부터 심의받는 인권 회의에 불참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인권 문제 국제 협력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 소재 UN 유럽본부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보편적 인권정례검토(UPR) 회의에 미국이 참석하지 않았다.
UPR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 4~5년마다 돌아가면서 자국의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다.
UPR 회의에 회원국이 불참한 것은 2008년 UPR 제도가 시작된 뒤 2013년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UN 창립 회원국이자 개인 자유의 옹호자"라며 "중국·베네수엘라·수단 같은 국가로부터 심의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강제 항공 송환, 성소수자 권리 후퇴 등이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8월 UPR 불참 방침을 정하고 UN 인권이사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전에 내야 하는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집권 1기 당시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하면서도 UPR 회의에는 참여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UPR 회의 불참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앰네스티는 "미국의 불참은 책임 방기"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해 마련한 UPR 절차에서 미국 스스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는 국가에선 미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게 돼 한숨 돌렸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