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 고물가 국민부담 가중, 정부 잇단 물가 대책 효과 볼까

"1.5달러 하던 음료수가 2달러로 올랐고, 2~3달러짜리 고구마로 점심을 해결한다."
미국의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다. 특히 식료품을 중심으로 생활물가 상승이 가파르다. 뉴욕 직장인들이 햄버거값도 부담스러워 한국식 군고구마로 점심 한 끼를 때울 정도다. 집권 2기 2년차를 맞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물가 안정과 국민들의 소비여력(affordability)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값부터 신용카드 이자율까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를 낮추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정 내 식료품(마트 물가)' 가격이 한 달 만에 0.7% 뛰었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월간 상승폭으로 가장 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4%, 5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5%가량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외식 물가도 전년 대비 4.1% 상승했으며 마트 물가를 포함한 전체 식료품 평균 가격은 3.1% 뛰었다. 코넬대학교의 농업 경제학자 크리스 배럿은 "치솟는 식료품 가격이 쇼핑객들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지 않는다. 현지 매체 '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볼티모어의 작은 동네가게를 찾은 한 소비자는 "지난해 1.5달러에 구매한 탄산음료 한 병을 2달러 주고 샀다"며 "강도 맞은 기분"이라고 언급했다. 단순 계산하면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33%에 달하는 셈이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직장인들이 패스트푸드(15달러)나 샐러드(20달러)조차 부담스러워 길거리에 파는 군고구마(2~3달러)를 먹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 등 아시아에서 별미로 통하는 군고구마가 뉴욕에서 대유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값이 쌀 뿐만 아니라 비타민C 등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며 웃지 못할 소개를 곁들였다.
돈을 아끼다 못해 아예 아무것도 사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도 번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에서 공중보건 캠페인으로 시작된 '금주 1월(Dry January)'이 미국에서 연말 이후 지출을 줄이는 방식 중 하나로 번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1월을 '소비 금지의 달'로 시작하고 있다"며 "한 달 내내 의류, 화장품, 전자제품 같은 필수품 구매를 완전히 없애는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인플레가 이어지며 대부분의 미국 가계가 타격을 입었다. 식비와 임대료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계는 저축 혹은 투자할 여력이 말라붙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식료품은 소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비용 중 하나"라며 "식품 가격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시 경제 지표나 증시 호황을 강조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부랴부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6년 만에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관 투자가의 단독 주택 매입 금지' '신용카드 이자율 인하' 등 자신이 발표한 생활 물가 안정 대책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은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지어진다"며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의 단독주택 구매 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을 미 의회에 촉구했다. 주택 수요를 줄여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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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이자율 상한선을 두는 것 또한 민심 달래기 카드다. 카드 대금 미결제 잔액에 붙는 카드이자는 통상 20%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1년간 10% 아래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율 상한선을 두면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조여 저소득층의 금융 접근성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선보이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제스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고 선거에 '밥상 물가'가 최대 화두가 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