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명된 후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은 그가 이른바 '비둘기의 탈을 쓴 매'일지, '매의 탈을 쓴 비둘기'일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둘기파는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을, 반대로 매파는 금리인상과 물가안정을 각각 중시하는 성향을 말한다.
워시 후보자는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자신을 낙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왔다. 하지만 과거 오랫동안 연준의 대차대조표(자산매입) 축소를 요구한 '매파'였던 것으로 알려져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호응할 인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결과는 후보들 가운데 가장 매파적이란 평가를 받는 워시였다. 이에 달러가 오르면서 귀금속을 중심으로 증시 낙폭이 확대됐다.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 건 금과 은이다.
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온스당 5600달러를 터치했던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온스당 4500달러 밑으로 붕괴됐다. 은 선물 역시 30일(현지시간) 31% 폭락한 데 이어 이날 장중 10% 넘게 주저앉았다. 아시아 증시도 내림세를 탔고 유럽과 미국 증시 선물도 하락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9개월 만에 8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치 급락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 영향으로 풀이했다. 2026.02.02.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2/2026020216022240542_2.jpg)
워시는 최근 연준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발언은 달랐다. 특히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에 부정적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직 당시 그는 세계 금융위기에서 연준의 1차 양적완화(QE)는 지지했지만 이후엔 반대했다. 연준이 자산을 사들여 유동성을 늘리는 양적완화가 실물경기를 부양하기보단 자산 가격을 왜곡시킬 거란 입장이다.
그가 연준 이사 임기를 남기고 2011년 사임한 배경에도 양적완화를 둘러싼 견해차가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그는 연준을 나온 뒤에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이 때문에 워시 취임 후 금리 인하가 진행되더라도 대차대조표 축소는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며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물론 여전히 많은 연준 위원들이 현재의 대차대조표 시스템을 지지하는 만큼 단기간에 정책 방향을 전환하긴 어려울 수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프리야 미스라는 "시장은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그의 과거 발언에 반응하고 있다"며 "이는 위험 자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선 최근 연준의 독립성 우려 및 그로 인한 탈달러 현상이 금과 은값 급등을 부채질했다가 워시 지명으로 우려가 한풀 꺾인 것이 이른바 '워시 쇼크'의 배경이란 해석도 나온다.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부합해 연준 의장에 지명받았더라도 실제 연준 의장이 되면 연준 독립성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애넥스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제이컵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그는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장 그는 금리 인하를 원할 수 있겠지만 계속은 아닐 것이다. 1년 후 백악관에서 그에 대한 불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TC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 전략가는 "현재로선 연준의 금리나 정책이 변한 게 없지만 워시가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밝힐 때까지 시장은 긴장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