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보드대표팀 맏형 김상겸(37·하이원)이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3전 4기 만에 거둔 그의 쾌거에는 12년간 숨은 노력이 있었다.
김상겸은 8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에게 0.19초 차로 아깝게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동계올림픽 첫 메달이자,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로 기록됐다.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쾌거다. 김상겸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17위로 예선 탈락했으며, 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16강에 진출했지만 곧바로 탈락(15위)의 고배를 마셨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예선 24위를 기록, 16강 문턱에도 닿지 못했다.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기록한 게 그의 종전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다.
김상겸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03년 교내 스노보드부에 들어가면서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었다. 2011년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실업팀이 없어 생계 유지가 어려웠던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매년 3~5월 휴식기마다 20일간 막노동을 했고, 훈련 기간에도 주말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그의 삶은 2019년 국내 최초 스노보드 실업팀이 창단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생계 부담이 줄어든 그는 비로소 온전히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매일 오전 6시30분 기상해 5~6시간 고강도 훈련을 소화했고, 밤엔 2시간 동안 자신의 훈련 영상을 분석했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 매일 10시간 수면 시간도 엄수했다. 한때 주량이 소주 4병을 넘길 만큼 즐겼던 술도 단번에 끊었다.
그의 기량은 뒤늦게 만개했다. 2024∼2025 FIS 알파인 월드컵 1차 대회 평행 대회전에서 데뷔 15년 만에 첫 메달(은)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컵에서 두 번째 메달(동)을 획득했고, 생애 4번째 올림픽 도전을 은메달로 마무리했다.
한편 김상겸을 0.19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카를은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의 대업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