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대규모 추가 공격 가능성 언급
이란 "석유 한방울도 못 나가"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 6%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이란에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쟁 중·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장 지상군을 투입해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것보다는 이란 지도부를 압박, 조기항복을 받아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되지만 전황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역대 전쟁 유공자들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면서 "이란과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타임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 공격 기간을 4~5주로 언급한 지 하루만에 전쟁이 더 길어지더라도 목표를 관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간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다른 대통령들은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나는 지상군에 관한 '울렁증'이 없다"며 "나는 지상군 투입이 아마도 필요 없을 것이라거나 만약 필요하면(보낼 수 있다)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방송 인터뷰에선 "우리는 아직 강력한 공격을 시작조차 안 했다"며 "큰 파도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지상군 투입은 공습으로 이란 군사시설을 파괴하거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영토 장악, 정권 교체, 지하 핵 시설 접수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전투기와 미사일 공격 위주로 이뤄지는 방식과는 전쟁의 양식과 성격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군 병력 손실 위험과 병력 주둔 비용 부담도 따른다. 특히 해외 파병에 부정적인 미국 우선주의 세력을 핵심 지지층으로 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전쟁 장기화도, 지상군 파병도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시장에서도 전쟁 장기화는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2주 정도의 유가 급등은 미국 소비자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수개월에 걸쳐 유가가 오른다면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4~5주 기간을 언급한 게 단순한 군사적 추정치가 아니라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차단해야 하는 이른바 '정치적 마지노선'이라는 해석이 나왔던 이유다. 미 의회 권력 재편이 달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확대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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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장기전 위협은 오히려 조기 종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장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작전은 이라크전이 아니고 끝없는 전쟁도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내 여론과 시장 불안을 관리하려는 계산이 깔린 언급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군 지도부 40여명이 공습으로 한꺼번에 사망한 이후에도 이란 군부가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레바논 지역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라크 시아파 일부 민병대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면서 전선이 넓어질 조짐도 보인다.
이란 혁명수비대사령관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한다면 그 어떤 선박이라도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불태울 것"이라며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호르무즈 해협 폐쇄' 방침을 통보한 이후 나온 가장 강력한 경고다.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선박은 수백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컨테이너 운송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의 제러니 닉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선박 750여척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고 이 중 100여척은 컨테이너선이라고 밝혔다.
중동 불안에 국제유가는 이미 상승세를 탔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2.37달러로 전거래일 대비 13% 급등했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7% 상승한 77.74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한때 12% 급등했다가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 대비 6.3% 상승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해 중동 불안이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의 새 지도부가 어떤 진로를 선택하느냐가 이번 전쟁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변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국민들의 봉기와 이란 병력의 투항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후계자로는 반미 강경파 성직자인 알리레자 아라피 헌법수호위원이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라피 위원 외에 현 실권자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초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수일 안에 새 최고지도자가 선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