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의 '안보 지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던 미국 군사자산이 이란의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 안보 지형에 유례없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이스라엘과 함께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시행한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했던 군사 전략들을 중동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상륙준비단(RAG)의 일부 전력과 해병 원정부대를 해당(중동) 지역으로 파견토록 했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NYT에 따르면 2500명의 미 해병이 군함 최대 3척에 탑승,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으로 이동해 현지 5만명의 미군 병력에 합류한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미군은 한국에 배치했던 패트리엇 미사일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미사일, 남중국해에 배치했던 항공모함전단 등을 중동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군사력 이동은 그간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이었던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약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군사·경제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와 군사 자원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해 왔다.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등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미군의 전력이 잇따라 중동으로 집결하면서 아시아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안보 공약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일본에 배치된 미군 자산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보장을 미국에 요구했다고 한다.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 공백을 우려해서다. 대만 역시 미국이 중동에 몰두하는 틈을 타 중국이 '강압적 행동'을 강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엘리 래트너는 NYT에 "한국에서 방공망(사드)을 철수하는 것은 이미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안보 전략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매우 나쁜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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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Y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인도·태평양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 움직임은 미국이 쇠퇴 중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중동에 빠진 미국"이라는 만평을 통해 미국을 '두꺼운 거미줄에 걸린 엉클 샘'으로 표현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영향력 약화는 중견국들의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안보 초점이 인도·태평양에서 중동으로 이동하면 아시아 국가들로선 미국에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예전처럼 기대할 수 없을 거란 전망에서다. 일본의 경우 무기 구매를 계약한지 5년 이상 지났는데도 아직 인수하지 못한 미국산 무기가 주문 건수로는 118건, 계약 규모로는 72억달러(약 10조7928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