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구질서 수호 못해"…이란 전쟁이 앞당긴 3가지 질서재편

"더이상 구질서 수호 못해"…이란 전쟁이 앞당긴 3가지 질서재편

김종훈 기자
2026.03.29 16:03

[미국-이란 전쟁 한달, 벼랑끝 세계경제] 자유주의 질서 변동…곳곳에 제2 호르무즈 리스크

(턴베리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남서부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 후 EU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2025.07.27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턴베리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턴베리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남서부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 후 EU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2025.07.27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턴베리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한 달을 넘긴 이란 전쟁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끝나든 기존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페트로달러(석유거래 달러결제)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미국·중국을 양축으로 한 다극주의가 떠오른다. 강대국간 힘의 논리가 확산하는 가운데 내년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마저 표면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호르무즈해협 봉쇄 충격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전망이다.

①변화: 대화 통한 해결·국제기구 역할 의문

29일 외신과 전문가들을 종합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방 세계가 수립한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질 조짐이다. 자유주의 세계 질서는 △자유 무역 △유엔(UN·국제연합) 등 국제기구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자유주의 국가 간 집단 안보 체제를 골자로 한다. 그런데 상호관세와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앞에 이 질서의 존재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싱크탱크인 중동·북아프리카포럼의 가드 이샤야후 선임연구원은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수행하면서 유엔 승인을 구하지도,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했던 것처럼 '자발적 연합'을 통해 동맹국 참여를 호소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대신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는 훨씬 현실적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란을 파괴할 힘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럽은 이 흐름을 막을 힘이 없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유럽은 더 이상 구세계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주의 외교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마탄사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쿠바 마탄사스 터미널에 유조선이 정박하고 있다. 2026.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마탄사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마탄사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쿠바 마탄사스 터미널에 유조선이 정박하고 있다. 2026.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마탄사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②균열: 페트로달러·美기축통화 흔들

이 같은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약속은 기존 질서를 떠받친 또하나의 기둥이다. 미국은 미국 달러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사우디아라비아와 약속했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중동 안보와 원유수송을 보장했다. 사우디는 원유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이런 거래 방식은 중동 산유국들까지 확산했고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누려 온 바탕이다.

그런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막고 위안화로 원유를 결제한 유조선을 통과시켰다. '달러 결제'만 하면 원유의 '자유 항행'이 가능하던 시대가 끝난 셈이다. 중국 위안화가 단일한 달러 대체 통화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 등이 함께 쓰이게 된다면 달러패권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물론 페트로달러 체제는 미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 감소, 중동 국가들의 탈달러 실험 등으로 이미 균열이 나고 있었다.

③충격: 대만해협 막히면 호르무즈 봉쇄보다 파장 커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갈등이 세계 질서 재편의 다음 분기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제2의 호르무즈 해협은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인도네시아) 사이 말라카해협, 중국본토와 대만 사이 대만해협이 될 공산이 크다.

세계 해상교역 품목별 남중국해 통과 비중/그래픽=최헌정
세계 해상교역 품목별 남중국해 통과 비중/그래픽=최헌정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같은 싱크탱크를 비롯,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중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일대를 봉쇄할 가능성을 연구했다. 남중국해는 전세계 원유 해상운송량의 45%, 전자제품의 31%가 지날 정도로 역할이 크다. 이곳이 막히면 대만 TSMC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이 중단되고 인도양과 동남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무역로가 직접 위협 받게 된다.

중국 또한 말라카해협이 봉쇄된다면 에너지 수입이 막힌다는 '말라카 딜레마'에 빠진다. 이에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절부터 해외 항구를 개발해 왔다. 안보 문제는 언제든 위기로 치달을 수 있고, 이는 경제에 충격을 안기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격변기에 유럽이 균형추 역할을 포기하는 듯한 입장에 비판도 제기됐다.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발언에 "민주 규범에 대한 포기"라고 가디언 기고를 통해 비판했다. 토치 소장은 이어 "(유럽이) 제국주의 세력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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