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휴대폰은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안내했던 거대한 컴퓨터보다 메모리 용량이 200만 배 더 크고 수천 배 더 빠르다. 이처럼 놀라운 크기 축소는 트랜지스터를 점점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인류의 능력 덕분에 가능했다.
각 트랜지스터는 모든 컴퓨팅의 기본 언어인 1과 0 사이를 전환할 수 있는 미세한 스위치이다. 트랜지스터 수십억 개가 반도체라고 불리는 작은 실리콘 칩에 집적된다. 칩 하나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논리 회로 및 메모리 회로를 담을 수 있으며,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첨단 반도체는 단언컨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지난 5년 동안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발화점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제조하려는 모든 국가나 기업은 단 하나의 기업 ASML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BBC가 "비교적 덜 알려진 네덜란드 기업"이라고 불렀던 ASML은 직경 30cm 웨이퍼에 트랜지스터 수십억 개를 집적하는 데 필요한 정밀도로 칩에 트랜지스터를 새길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비를 만든다.
이 장비들은 대략 2층 버스만 한 크기이다. 장비 한 대를 배송하는 데에는 화물 컨테이너 40개, 화물기 3대, 트럭 20대가 필요하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이다. 부품은 10만 개가 넘으며 장비가 지속적으로 올바른 파장의 빛을 생성하려면 이 모든 부품이 완벽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현재 ASML은 이러한 장비의 유일한 공급업체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반도체 제조 업계에서 후발 주자로 출발했다. 경쟁사들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외국 경쟁사에 대한 대규모 지분 매각,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거대한 도박 등 유럽 기업들과는 거리가 먼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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