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IPO가 시장에 던진 2가지 질문[광화문]

스페이스X IPO가 시장에 던진 2가지 질문[광화문]

권성희 기자
2026.06.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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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당시 기업가치, 지난해 매출액 대비 95배
-얼마나 먼 미래 가치까지 지불할 수 있나
-오픈AI, 앤트로픽도 상장 절차…주식 수급에 부담 없나

스페이스X 상장식 /AFPBBNews=뉴스1
스페이스X 상장식 /AFPBBNews=뉴스1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시장에 중요한 질문 2가지를 던졌다. 첫째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먼 미래의 기업가치까지 미리 돈을 내고 살 수 있는가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액의 거의 95배의 기업가치로 상장했다. 이는 피치북이 최근 조사한 기술 스타트업의 중간값인 약 4배에 비해 23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가 받은 프리미엄이 다른 기술 스타트업 대비 2300%가 넘는다는 의미다.

성장률이 뛰어나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은 것일까. 스페이스X의 매출액은 2023년 104억달러에서 지난해 187억달러로 늘어나 연평균 약 34% 성장했다. 괜찮은 수준이지만 인상적이진 않다. 엔비디아는 올 1월 말 종료된 2026 회계연도에 매출액이 65% 성장했다.

그런데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023년 약 1800억달러에서 2024년 3500억달러로 거의 2배 가까이 뛰었고 지난주 상장 때는 1조7700억달러로 불어났다. 성장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가치 증가세다.

투자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스페이스X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테슬라에 대한 기억 때문일 수 있다. 테슬라는 2010년 6월 매출액 대비 약 15배의 기업가치로 상장해 2021년 11월 당시 사상최고 종가 때까지 약 11년만에 공모가 대비 362배가 뛰었다. 테슬라 공모주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1년만에 36억2000만원이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테슬라와 비슷한 시기에 상장했던 전기차회사들 중 다수는 투자 실패가 됐다는 점이다. 피스커는 파산했고 니콜라는 가치가 90% 넘게 폭락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상장 폐지됐으며 루시드 그룹은 주가가 최고가 대비 90% 넘게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물론 스페이스X는 엄청난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닷컴 버블 때도 투자자들은 미래를 잘못 예측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다만 정확히 예측한 미래를 너무 비싼 가격에 샀을 뿐이다. 기업의 미래를 사는 것이 투자지만 가격 계산을 무시하는 순간 그것은 투기, 더 나아가 도박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에 지불한 가격은 투자일까, 투기일까, 도박일까.

스페이스X의 IPO가 시장에 던진 두 번째 질문은 시장이 어느 정도의 주식 공급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는가이다. 스페이스X 주식을 비싼 가격에도 매수하려고 투자자들이 줄을 설 정도면 지금 이 시장은 얼마만한 규모의 주식 공급을 받아낼 수 있을까.

올해 6월에만 알파벳이 85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초과 배정 물량을 포함해 857억달러를 조달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연내 IPO를 준비 중이다. 두 회사 모두 각각 1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IPO와 유상증자를 포함한 주식 발행 규모는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은 1조3000억달러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금으로 이뤄지는 M&A(인수·합병)까지 고려하면 사라지는 주식 규모는 더 많아진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이 올해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소화할 만한 여력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주식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장 전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는 보호예수(Lock-up) 기간이 끝나면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트로픽 주식이 대량 매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상당한 규모의 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미국 주식시장의 구조 변화도 주목된다. 20여년 전 시티그룹의 전략가였던 로버트 버클랜드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현금 M&A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주식이 신규 발행되는 주식보다 더 많아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탈주식화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기술기업들이 AI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넘어 유상증자까지 추진하고 있다. 과거 풍부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탈주식화를 촉진했던 기술기업들이 이제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면서 재주식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보호예수 해제와 재주식화 경향은 향후 주식시장의 수급에 경고음이 될 수 있다. 시장이 신규 주식 발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순간이 오면 매출액 대비 95배 수준에도 사겠다고 몰려 들었던 투자자들은 그것이 투자였는지, 투기였는지, 도박이었는지 시장으로부터 직접 답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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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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