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정보당국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미국 팔란티어에서 자국 기업 챕스비전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미국의 AI(인공지능) 기술 무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바스티앙 르코르누 프랑스 총리는 국가 안보·방첩·대테러 등을 담당하는 정보기관인 국내정보국(DGSI)이 앞으로 토종 기업 챕스비전의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챕스비전은 서로 다른 출처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유럽 시장에서 팔란티어의 대항마로 꼽힌다.
르코르누 총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 프랑스의 자체 기술 솔루션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정부는 모든 공무원에게 프랑스 인공지능(AI) 기업인 미스트랄AI가 개발한 AI 비서를 제공하고 2030년까지 인프라, 컴퓨팅 역량, 연구, 기업 및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AI 분야에 6억5500만유로(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단 방침이다.
팔란티어는 이날 성명을 내고 DGSI와 체결한 장기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팔란티어는 보안·데이터 보호·규제 준수·투명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축소하거나 대체 솔루션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팔란티어가 미국 행정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민감한 안보 데이터를 미국 기업에 맡기는 데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다.
최근 영국 의회 과학·혁신·기술위원회는 정부에 공공 부문에서 팔란티어와의 주요 계약을 종료하라고 권고했으며, 독일군은 팔란티어를 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들 역시 팔란티어와의 관계를 끊고 싶단 의사를 드러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AI 수출 통제는 유럽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해 동맹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미국산 AI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 생기는 위험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르코르누 총리는 "프랑스는 자체적인 기술 도구를 갖춰야 한다"며 "최근 목격했듯 일부 동맹국(미국)이 언제든 앤트로픽 모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