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2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공개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이자 악령 사냥꾼인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가 세상을 파멸시키기 위해 등장한 저승사자 5인조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공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22개국에서 영화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른 데 이어 넷플릭스 역대 통합 조회수 1위, 넷플릭스 최초 3억 조회수, 5억 시간 시청 기록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룹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의 K팝,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의 K무비에 이어 이번에는 K애니메이션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것이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제는 세계인들에게도 익숙해진 K팝 아이돌 문화에 한국적인 정서를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들은 공연 전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며 김밥과 순대, 냉면, 호떡, 컵라면 '먹방'을 선보이고, 속상할 때는 국밥과 깍두기를 먹는다. 식당에서는 수저 밑에 티슈를 까는 모습, 선캡을 쓴 아주머니의 모습까지 현실적인 한국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아플 때 찾는 한의원과 공중목욕탕에서 초록색 때수건으로 때를 미는 모습, 양머리 수건을 쓰는 모습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한국어 간판이 가득한 거리, 남산타워와 기와집 등 한국 풍경에 아이돌 팬덤의 응원봉 문화와 굿즈, 컴백 후 출연하는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 등 K팝 문화를 함께 담아냈다.
헌트릭스가 조선시대 무당의 후예라는 설정과 저승사자인 보이그룹 사자보이즈, 구미호 등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 신앙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멤버들의 의상에는 노리개 등 한국 전통 장신구와 문양이 활용됐고, 갓과 도포 같은 전통 복식도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이를 통해 한국을 잘 모르는 해외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한식, 한국 도시 풍경, 전통 미신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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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각본과 공동 연출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는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캐나다로 이민 간 뒤에도 꾸준히 접해온 한국 음식과 문화를 작품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캐릭터들은 영어로 대사를 말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은 한국어를 말할 때의 입 모양을 구현했고 극 중 캐릭터의 리액션 역시 한국 스타일로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룹 원타임 출신 프로듀서 테디의 팬이었던 매기 강 감독은 그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과 협업하며 이른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기도 했다.
K팝을 뮤지컬 형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탄생한 주제곡들은 영국 BBC가 꼽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성공 비결로 평가받았다.
메인 주제곡 '골든'(Golden)은 전 세계 메인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음악 자체로 폭발적인 흥행을 이끌었다. 빌보드 200 8위로 시작해 빌보드 HOT 100 1위에 오른 최초의 K팝 걸그룹 노래가 됐고,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애니메이션 OST 기준 역대 최장기간 1위 기록까지 세웠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각종 챌린지 열풍으로 이어졌다.
극 중 헌트릭스의 '골든'과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는 BTS, 트와이스 등 많은 K팝 스타들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US 오픈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도 코트 위 '사자보이즈'로 변신했다. 포인트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한 조코비치는 "딸이 몇 달 전부터 알려줘서 집에서 같이 추던 안무"라며 8살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틱톡에선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인기 캐릭터 스티치가 '소다 팝'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공유돼 화제를 모았다.
초저음과 초고음을 넘나드는 고난도의 '골든'을 통해 가창력을 뽐내는 고음 챌린지도 인기를 끌었다.
미국 뉴욕의 틱토커 안드레아 오베이드가 커버 유행에 동참했으며, 지난해 미국 NBC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파이널 무대에서는 참가자 조단 블루가 '골든'을 선곡해 눈길을 끌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김밥, 컵라면 등 한국 음식을 먹는 K푸드 챌린지도 이어졌다.
루미가 김밥을 썰지 않고 통째로 베어 먹는 장면을 따라 하는 '김밥 챌린지'와 사자보이즈가 먹는 불닭 소스에 도전하는 챌린지 등이 등장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컵라면을 구현한 농심과의 한정 컬래버레이션 제품 3종은 출시 1분여 만에 동나기도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주제곡 '골든'은 각종 시상식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세계적인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지난 1월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 및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고, 지난 2월엔 그래미 어워즈에서 비주얼 미디어 최우수 노래상(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오스카 2관왕에 올랐다.

이재와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는 오스카 첫 K팝 공연으로 '골든'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 전통악기 연주와 판소리,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무대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기네스 팰트로, 엠마 스톤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무대를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의 '베스트 사운드트랙'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골든'은 본상 격인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와 '베스트 팝송' 등 3개 상을 받았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 대표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가장 좋아하는 K팝 곡으로 '골든'을 언급하기도 했다.
젠슨 황은 지난 10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골든'에 대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젊은 세대의 열정을 전한 곡"이라고 평가하며 직접 노래와 춤까지 선보였다.
이런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오는 2029년 공개를 목표로 후속작 제작에 돌입했다. 또 한 번의 'K 열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