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반드시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밸류에이션이 높아도 기업의 장기 이익 성장률이 가속화하고 있다면 주가가 고평가된 것은 아니며 따라서 향후 수년간의 주식 수익률도 좋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배런스는 3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시장의 현금흐름에 숨겨진 장기 추세'라는 제목의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세바스티앙 힐렌브랜드와 뉴욕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오런 맥카시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2배다. 이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계산한 1871년 이후 S&P500지수의 평균 PER 16.2배를 크게 웃도는 것이며 1871년 이후 모든 월별 PER 가운데 상위 8% 안에 드는 것이다.
참고로 S&P500지수는 1957년부터 현재와 같은 500개 기업 체제로 정립됐지만 실러 교수는 18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업 데이터를 수집해 가상으로 S&P500지수를 만들어 PER을 계산해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 S&P500지수의 PER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힐렌브랜드와 맥카시는 이러한 해석이 잘못됐다며 증시의 밸류에이션 지표는 2가지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강세장과 약세장이 반복되는 시장 사이클이다. 이 기준에서는 PER이 높을수록 주가가 비싸다고 판단하며 향후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도 그만큼 낮아진다고 본다.
힐렌브랜드와 맥카시는 여기에 2번째 요소, 기업의 이익 성장률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PER이 올라갔다는 것은 시장이 앞으로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이익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을 주가가 비싸다는 뜻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수십년간 S&P500지수의 평균 PER이 약 150년 전에 비해 거의 1.8배 높아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최근 30년간 S&P500지수의 평균 PER은 25.7배인 반면 1871년 이후 30년간 평균 PER은 14.7배에 불과했다.
힐렌브랜드와 맥카시는 이같은 밸류에이션의 격차 상당 부분이 현대로 올수록 기업들의 이익 성장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수십년간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연평균 7.0%씩 늘었으나 19세기 마지막 수십년간 기업들의 연평균 이익 성장률은 0.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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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업들의 이익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면 PER도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이유로 힐렌브랜드와 맥카시는 현재의 PER을 과거의 데이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재의 높은 PER 중 어느 정도가 고평가 때문이고 어느 정도가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빨라진 결과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힐렌브랜드는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밸류에이션에 기업 이익 성장률의 장기 추세를 반영하면 밸류에이션의 미래 예측력이 크게 높아진다고 밝혔다. 기업 이익 성장률의 장기 추세를 감안하지 않으면 밸류에이션으로 주식의 향후 수익률을 예측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힐렌브랜드는 PER로 S&P500지수의 향후 5년과 10년간 수익률을 계산했다. 기업 이익 성장률의 장기 추세를 반영하지 않고 과거 평균 PER로만 계산한 결과 S&P500지수는 향후 수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기업 이익 성장률의 장기 추세를 반영하니 향후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7.0%,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7.7%로 예상됐다. 기업들의 장기적인 이익 성장률 상승 추세를 반영하자 전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는 미국 증시의 지금까지 장기 연평균 수익률인 약 10%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PER만으로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며 향후 수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거나 제로(0)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봤던 기존 예측보다는 훨씬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