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프리카 내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 하루만에 6만명에 달하는 모로코 이주민이 몰려든 전대미문의 사태를 두고 유럽연합(EU) 지도부가 관계 장관 긴급 회의를 열고 국경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선다.
올 하반기 EU 의장국을 맡은 아일랜드의 미할 마틴 총리는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는 4일 EU 법무·내무 이사회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 세우타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 EU 22개 회원국과 당사국인 스페인이 긴급 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22개국 정상은 서한을 통해 "EU에 불법으로 입국할 수 있다는 인사을 줘선 안 되고 불법 입국이 합법적 거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도 안 된다"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외부 국경 안보는 최전선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의 공동 책임"이라며 긴급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산체스 총리는 세우타 사태 당시 이탈리아가 이주민 유입을 우려해 스페인과의 해상·항공 국경을 폐쇄하는 등 강경 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유럽법과 인도주의적 법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대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유럽의 장기적 이익과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주민 8만3000여명의 소도시 세우타에 24시간만에 몰려든 6만여명의 모로코 이주민들은 이날 현재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사태 당시 세우타로 진입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최소 67명이 사망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자 스페인 정부는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해 해상에 500m 길이의 차단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 외교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으로 국경을 넘은 이민자에 대한 즉각 추방을 금지한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모로코 당국의 방조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모로코가 스페인·알제리 접근에 불만을 품은 게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스페인이 서사하라 분쟁 당사국인 알제리와 밀착하자 모로코가 이주민을 무기화해 보복을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알제리와 모로코는 19세기부터 스페인령 식민지가 있었던 서사하라 지역을 두고 수십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배후설'도 제기된다. 스페인 일부 정치인들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스페인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모로코를 움직여 스페인 정부를 흔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침략'이라 부르며 미국 내 강경 이민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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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 동안 스페인을 맹렬히 비난했고 최근엔 무역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도 "세우타 사태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