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일본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배경을 설명하던 도중 한국 원화의 급격한 변동성을 언급하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시장에선 미 재무부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로화 보유액까지 동원해 엔화 약세가 원화와 위안화 가치 급락을 자극하는 도미노 효과를 끊겠다고 선언한 만큼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2023년 말 1288.0원에서 2024년 말 1472.5원으로 급등했다. 2024년 달러 대비 원화 절하폭은 12.5%로 달러 대비 엔화 절하폭(10.6%)보다 컸다.
올해 6월 들어서도 엔화가 달러 대비 3.8% 절상되는 동안 원화는 1500원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7.1% 절하되는 등 원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통화 시장에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때조차 원화만 홀로 약세를 보이면서 베선트 장관 역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짚고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 급등 원인 중 하나는 엔화 가치 급락에 따른 아시아 통화 동반 약세 현상이었다. 한국 외환당국이 홀로 환율 방어에 나서기엔 달러 보유액 소모 부담이 컸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유로화를 매도하며 엔화 부양에 나서고 아시아 통화의 연쇄적인 평가절하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의 엔화 강세 유도 정책이 원/달러 환율 상단을 누르는 '외곽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베선트 장관의 발언으로 한·미·일 통화당국간 외환시장 공조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한국 외환당국 역시 향후 원화 가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미 재무부와 정책 공조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더 과감한 미세조정에 나설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화 약세가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는 점에서도 미국이 엔화와 함께 원화 가치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일본의 공조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급반등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뒤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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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자금이 대거 회수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증시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냉각되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선트 장관이 이날 "'주식회사 일본'의 해외 자산 투자 흐름이 멈출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은 이유 역시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자본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베선트 장관의 이날 언급은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차단하는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이 전해진 뒤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1시15분 1428.0원으로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 대비 4.5원 하락한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은 향후 미 연준의 금리 경로와 함께 미 재무부의 추가적인 엔화 매수 개입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이 달러화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통화 약세를 차단하는 정교한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며 "원/달러 환율 역시 과도한 급등 구간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