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이자 한때 디자인 가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 발뮤다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매출은 4년 연속 감소했고 주가는 5년 사이 10분의 1토막이 났다. 새로운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부진을 타개할 성장동력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발표된 발뮤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3억엔(약 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발뮤다의 매출은 2021년 연간 183억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4년 연속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01억엔에 그쳤다.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순손실은 15억엔으로, 전년도 6700만엔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2003년 기타리스트 출신 테라오 겐 CEO가 설립한 발뮤다는 2010년 3만엔 전후의 프리미엄 선풍기 '그린팬'을 히트시키며 고급 가전 브랜드로 부상했다. 특히 스팀 기술을 적용한 토스터가 '죽은 빵도 되살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자체적으로 제품을 기획·설계하고 생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맡기는 사업 구조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가전업계의 애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스마트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년반 만에 철수하며 타격을 입었다. 스마트폰 출시 두 달 만에 전파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도 손상됐다. 다른 제품군에서도 이렇다 할 혁신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2023년 1분기에는 전 사업 영역에 걸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줄었다.
설상가상 파나소닉, 미쓰비시 등 일본 대형 가전업체들이 유사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급 가전 시장을 잠식했다.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선언한 2021년 5월에 6000엔대 후반이던 발뮤다 주가는 현재 625엔에 불과하다.
발뮤다는 프리미엄 시계 '더 클락'을 선보이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시계침을 대신해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빗소리나 모닥불 타는 소리 등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자연의 소리를 담은 알람과 화이트 노이즈로 집중을 돕는 타이머를 제공한다.
다만 시계가 부진의 늪에 빠진 발뮤다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는 발뮤다가 새로운 분야를 지속적으로 개척하지 못하면 후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