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후폭풍
"트럼프, 習에 무기 구매 제안"… 대만, 안보 변화 우려
유럽, AI핫라인 구축 경계… 日, 2차대전 발언에 발칵
미국의 극진한 환대 속에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양측의 발언과 행보가 미국 주요 동맹들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중국에 있는 미국대사의 발언도 논란거리를 추가하며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진다.
◇미국이 중국에 무기를 팔아?=데이비드 퍼듀 주중미국대사는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우리는 전세계 여러 나라에 무기를 판매한다'고 말한다"며 "한때 시 주석에게도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싶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무기구매를 제안한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의식해 역대 최대인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승인을 미룬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만으로선 미국의 정책기조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 발언은 미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그를 자극하기 위해 한 농담일 수도 있다"면서도 "대만과 동아시아 동맹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를 농담으로 언급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무기판매는 이미 법으로 금지됐다"며 중국에 무기판매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천밍치 대만 외교부 차관 등 대만 정부 측도 미국의 대만 정책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AI 규칙 만들기, 우린 소외되나' =미국과 중국이 AI(인공지능)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대화채널을 만들기로 하면서 유럽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유럽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관계가 안정된 데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럽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마저 미중 양자협상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경계감 역시 커졌다.
대표적인 분야가 AI다. 미국과 중국은 AI의 위험과 이익을 논의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오는 11월엔 별도의 AI대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은 그동안 'AI법' 등을 앞세워 글로벌 AI 규제의 주도권 확보에 공을 들였는데 앞으로 미중의 논의가 AI 안전에 대한 기준이나 국제규범 설정으로 확대되면 유럽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유럽지역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언 에르난데스 유럽정책센터(EPC) 정책분석가는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다면 당신은 (협상테이블의) 메뉴에 올라가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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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2차 세계대전 동맹국"이라니…=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26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간 통화하며 미중 정상회담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일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이라고 언급했고 시 주석 역시 같은 날 국빈만찬 연설에서 "80여년 전 양국 국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며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섰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미국과 일본이 서로 전쟁을 치른 사이란 사실을 새삼 꺼낸 것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과 일본은 이제 서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며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고 지난 26일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일본을 향한 과거사 비판에 동조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측의 대일 선전전에 끌려갈 위험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의 대일 비판의 선전장으로 이용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