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미국 기술주가 지난주 급락한 가운데 이번주 투자자들은 메타 플랫폼스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주목할 전망이다.
지난주 반도체주 11.8% 급락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4.5% 급락하며 지난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의 4주 연속 상승세도 막을 내렸다. 특히 ICE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지난주 11.8% 추락했다. SOXX는 지난 16일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처음이다.
S&P500지수도 AI 수혜주의 하락 여파로 2.0% 떨어졌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나란히 중기 추세선인 5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낮은 다우존스지수는 지난주 0.7% 상승했다.
지난주 기술주 급락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TSMC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의 강력한 실적도 막아내지 못했다. 기술주 하락의 주요 원인이 AI 수요 둔화 조짐이 아니라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채무 부담 증가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둘러싼 불안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히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와 립부 탄 인텔 CEO는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AI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반도체 부족이나 전력난 등이 아니라 자본 조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 제약을 받으면 AI에 대한 자본지출이 줄게 되고 이는 결국 증시를 강하게 상승 견인해온 AI 인프라 수요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채에 매수세 유입…금리 하향 안정
지난주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변화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국채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5.098%로 0.146%포인트 하락했고 30년물 국채수익률은 5.437%로 0.162%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대해 국채수익률이 올라가자 장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AI에 대한 자본 조달 우려가 현실화하면 AI 투자가 줄어 경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장기 국채수익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국채수익률 동향과 관련해선 오는 21일 예정된 20년물 국채 입찰이 주목된다.
이번주는 시장 영향력이 큰 경제지표 발표가 사실상 부재한데다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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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이 이번주 실적 하이라이트
이번주 실적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대거 공개되는 오는 21일 장 마감 후(한국시간 22일 새벽)다. 이 때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AI 모델인 뮤즈로 앤트로픽, 오픈AI와 경쟁하고 있는 메타가 실적을 내놓는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 리서치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거대 기술기업인 IBM, 전기차회사 테슬라의 실적 발표도 21일 장 마감 후로 예정돼 있다.
22일 장 마감 후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연료전지 회사인 블룸 에너지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업체인 웨스턴 디지털이 실적을 공개한다.
방산업체들도 20일 개장 전에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와 노스럽 그러먼에 이어 22일 개장 전에 록히드 마틴이 실적 발표에 나선다. 이외에 20일 개장 전에 우주항공회사인 GE 에어로스페이스와 자동차회사 GM, 20일 장 마감 후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회사인 넷플릭스가 실적을 내놓는다.
이번주에는 S&P500지수 편입 기업 중 약 70곳이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주엔 46곳이 실적을 발표해 이 가운데 85%가 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S&P500 기업들의 올 3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상당수 기업들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으며 실제 이익 증가율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재한 불안 요인
실적 호조는 분명 주식시장에 호재다. 하지만 여러 불안 요인을 극복하고 시장을 상승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AI 자금 조달과 관련 채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하향 안정되는 조짐이 없어 연준은 향후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는 기술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따른 주식 공급 증가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 재정적자 때문에 내년은 주식시장에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정점에 가까웠다는 분석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올 3분기 이익 증가의 대부분이 기술과 에너지 업종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 두 업종을 제외하면 S&P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7%로 지난 2분기의 12%에 비해 낮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옵션 분석업체 익스플로시브 옵션의 수석 옵션 애널리스트인 밥 랭은 "S&P500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지금과 같은 높은 성장세를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며 "이익이 앞으로 매 분기마다 20~30%씩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고 결국엔 어느 정도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결국 경제 전반에 역풍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