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8.4조원 해킹] (종합)
"北, 8.4조원 탈취 배후…이더리움 전환, 돈세탁"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해킹해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해간 범행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FBI는 3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북한이 배후로 지목돼 왔으나 FBI가 이를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FBI는 공격의 배후로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하고 "이들이 탈취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화폐를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통해 다른 가상화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낸스는 고객 자산 손실을 전액 부담한다며 자체 자금 등으로 해킹 피해액 63억달러 가운데 60억달러를 보전했다고 밝혔다. 또 해킹 후 중단됐던 출금을 1일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해킹은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탈취 사건으로 평가된다. 국경을 넘는 사이버 범죄 앞에서 세계 최대 거래소조차 20분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이 북한과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 대해 묻자 "알아보고 있다"면서 "(배후가) 북한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거래소도 20분간 속수무책…가상자산 신뢰 시험대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의 해킹 피해를 입은 20여분 동안 임직원들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보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가상화폐 업계의 보안 역량과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의 해킹 피해를 입은 20여분 동안 임직원들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보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가상화폐 업계의 보안 역량과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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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조 털리는데 20분 지켜보기만"...눈 뜨고 코 베인 바이낸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해킹 사건은 동부시간으로 지난 29일 오후 4시20분 발생했다. 해커들은 20여분 만에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트론(TRX), 솔라나(SOL) 등 10개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바이낸스의 온라인 연동 지갑을 집단 공격해 자금을 쓸어 담았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의 바이낸스 보안팀은 해킹 초기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무단 인출된 사실을 감지하고 곧바로 경영진에 보고했다. 고위 임원진을 중심으로 긴급 화상회의가 소집되고 약 100명의 위기대응팀 전원이 수 분 만에 회의에 접속했다.
해킹 피해 자금은 오후 4시40분쯤 6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해킹 공격이 시작된 직후 내부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임직원들은 계좌에서 자산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 거래 움직임이 포착되자 외부 보안 전문가들과 암호화폐 업계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의 자동 경보 시스템은 전 세계 주요 가상화폐 투자자와 고객사에 이상 거래 사실을 알렸다.
비영리 보안 단체 SEAL의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에 긴급 연락을 취하면서 테더와 서클은 즉각 의심 거래를 추적하고 관련 지갑을 동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바이낸스도 가상화폐 추적 파트너사인 TRM 랩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과 협력해 탈취 자금이 들어있는 디지털 지갑 주소를 파악하고 자금 동결을 위한 공조에 나섰다.
바이낸스와 세계 각국 블록체인 기업, 동료 개발자 집단이 동결 작업에 나서면서 탈취당한 63억달러 가운데 30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온체인상에서 동결하는 데 성공했다.
해커들은 탈취한 자금을 빠르게 동결 불가능한 자산으로 옮겼다. 공격 흔적을 파괴하는 자폭 장치를 사용해 추적을 어렵게 했으며 거래소 측의 탈취 자금 동결 시도를 예상하고 탈취한 가상자산을 여러 지갑으로 서둘러 이전했다. TRM 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결국 약 24억달러 상당의 가상화폐 자산을 갖고 빠져나갔다.
보안업계 분석 결과 해커들은 바이낸스 내부 개발운영 엔지니어의 기기를 해킹해 서버 접근 권한을 탈취한 뒤 이더리움의 최신 서명 위임 규격인 'EIP-7702'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갑의 비밀키 자체를 유출하지 않고도 서명 인프라를 우회해 초당 50건 이상의 무더기 위임 서명을 전송, 정당한 출금 요청인 것처럼 위장해 자금을 유출했다.
북한 해커들은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악명이 높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지난해 15억달러 규모의 바이비트 해킹과 2022년 약 6억2000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탈취 사건 역시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지목해왔다.
◆ 바이낸스 해킹에 거래소들 '비상'…가상화폐 업계 신뢰도 시험대
이번 사고에 경쟁 거래소들도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낸스 해킹 직후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등 경쟁 거래소들은 자사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방어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 키를 오프라인에 보관하는 시스템을 조정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크라켄은 이번 사고 후 자사 방어 체계에 적용할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30일 뉴욕증시에선 기술주 급락세와 맞물려 코인베이스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고 스트래티지와 로빈후드는 각각 7%대 추락했다.
이번 사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가상화폐를 전통 금융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관련 시장의 외연이 확대될수록 해킹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가상화폐가 전통 금융을 대체할 안전한 자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벨로데이터의 프레드릭 콜린스 CEO는 블룸버그를 통해 "바이낸스는 가상화폐 업계에 워낙 거대 기업이기 때문에 바이낸스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면 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인공지능(AI) 사이버 공격 능력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다음 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 이상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화폐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의회 상임위원회를 장악하면 가상화폐 업계와 규제 당국에 대한 조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데다 업계가 기대해온 가상화폐 시장구조법안(클래리티법)의 처리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해킹 불똥 국내까지…잇단 보안사고에 코인 투자자 불안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8조원이 넘는 해킹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빗썸·프라뱅 등 해킹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바이낸스 해킹 사고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등 업계 전반에 북한과 관련된 해킹 피해가 확대되며 위험이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는 바이낸스 해킹 사고 이후 각사 홈페이지에 가상자산을 바이낸스로 출금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공지했다.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 중으로 투자자의 자산 보호가 필요한 경우 바이낸스로 가상자산 출금을 제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업비트는 "디지털 자산의 특성상 출금 처리가 완료된 이후에는 취소할 수 없으므로 출금 신청 전 거래소의 입금 지원 여부와 입금 주소·네트워크를 반드시 확인해달라"며 "바이낸스 거래소의 일부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입출금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뿐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프라뱅에서도 최근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코인 거래만 지원하는 프라뱅은 지난달 24일 해킹으로 약 1억원 규모의 자산 피해를 입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프라뱅은 핫월렛에서 가상자산이 비정상적으로 출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핫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된 가상자산 지갑으로 거래소가 입출금 등을 처리하는 데 사용한다.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과 달리 외부 노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원화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달 27일 사내용 업무 시스템이 해킹당해 고객 6444명과 임직원 715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사과문을 냈다. 유출 항목으로는 성명·휴대전화 번호·이메일 주소·주민등록번호·운전면허번호·계좌번호·신분증 사본 등이다. 2차 피해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또 다른 거래소 고팍스는 몇몇 이용자 계정에 대해 비정상 로그인 시도가 있었으나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로 대응해 고객 자산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해킹 공격의 유력 배후로는 북한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는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서 북한 연계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온체인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 연계 추정 해킹 피해 규모도 확대 추세다. 전체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 중 북한 연계로 추정되는 해킹 비중이 2021년 15%에서 현재 89%로 상승했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북한 연계 가상자산 해킹은 피해 규모가 지속 확대되며 업계 전반의 주요 보안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법에 따라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을 보호하도록 한다.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이용자의 가상자산 80% 이상은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했다. 바이낸스와 프라뱅의 경우 인터넷과 연결된 지갑인 핫월렛에서 가상자산이 유출됐는데 이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외에도 은행에 이용자 예치금을 보관하고, 사고 발생시 책임 이행을 위해 보험·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 최소 30억원(원화 거래소 기준) 이상을 적립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