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전후의 젊은 트레이더를 조심하라'

'30 전후의 젊은 트레이더를 조심하라'

유일한 기자
2008.01.27 15:26

[SG빅히트]닉 리슨의 베어링 사고와 흡사

지난주 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떼 제네랄(SG) 은행의 사상 최악 금융 사고와 95년 영국의 베어링은행 파산 사건이 매우 닮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은 두 사건 모두 30세 안팎의 혈기넘치는 직원이 규정을 위반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한방'에 망가뜨리는 대규모 손실을 냈다는 것이다.

베어링 사고를 일으킨 닉 리슨은 당시 28세였고 SG 선물 사기를 친 제롬 케르비엘은 31세였다. 리슨은 입사 7년차에 14억달러의 손실을 냈고 케르비엘은 입사 9년차에 49억 유로(72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그때와 지금의 통화 가치를 감안할 때 베어링과 SG의 손실 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손실이 발생한 매매는 모두 주가지수를 토대로한 선물 계약이었다. 리슨은 외환과 채권 등 보다 다양한 분야의 선물시장에도 관여했다.

그리고 예외없이 자기의 손실 포지션을 숨기는 '트릭'을 동원했다. 감시를 해야하는 회사 임직원들은 이들의 귀신같은 매매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리슨과 케르비엘은 트레이딩 부서에 오기전 이를 지원하는 부서, 이른바 '백오피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트레이더의 매매가 어떻게 감시되고 주문한 계약이 어떻게 체결되며 어떤 절차를 거쳐 청산이 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백오피스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곧바로 트레이딩 부서로 승진 배치됐다. 백오피스는 트레이딩 부서에 비해 기피부서로 통한다. 따라서 트레이딩 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뱅커에게 크나큰 영광이다. 두 업무간 연봉 차이도 현저하다.

리슨은 베어링의 백오피스에서 발생한 결제와 정산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케르비엘 역시 백오피스에서 트레이딩 부서로 영전한 몇 안되는 사람에 들었다. SG는 일을 잘한 케르비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회사의 기대와 달리 백오피스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그래서 관리자들이 알아챌 수 없는 사기를 쳤다. 자신들의 포지션을 은폐하기 위해 백오피스에서 일할 당시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한 것이다.

리슨은 베어링의 싱가포르 법인에서 트레이딩과 백오피스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었다. 컴플라이언스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것이다.

케르비엘은 자신의 포지션을 속이기 위해 다른 동료의 이름으로 컴퓨터에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커비엘은 이 과정에서 회사 전산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요한 또다른 공통점은 이들의 사기 행각이 오랜기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88888'이라는 번호를 지닌 리슨의 계좌는 2년 넘게 유지됐다. 14억달러의 손실중 절반 이상이 95년 1월 닛케이지수 급락으로 발생했다.

케르비엘은 이달초 대규모 은닉 계좌를 만들었다. 손실은 지난주 회사측이 케르비엘의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불어났다. 49억 유로중 35억 유로가 사고 수습중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직 케르비엘의 정확한 포지션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케르비엘이 대규모 범죄 계좌를 운용한 지는 얼마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그는 문제가 있는 거래를 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리슨과 케르비엘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사기 매매에서 개인적인 부를 쌓지 못했다는 것도 닮았다. 트레이딩 경력이 짧았던 케르비엘은 최대 10만 유로의 연봉을 받았다. 리슨은 일찌감치 트레이딩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베어링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돼 있었다. 회사 보수는 리슨이 케르비엘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1월에 들통 났다는 점, 사고 직후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한층 강화됐거나 되고 있다는 점, 금융시장이 적지않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 등 닮은 꼬리를 문다.

95년 2월 단돈 1파운데 네덜란드 ING그룹에 매각된 베어링, SG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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