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철의 장막' 대신 가스관

[기자수첩]'철의 장막' 대신 가스관

안정준 기자
2009.01.12 16:2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가스 송출 분쟁은 유럽 국민들에게 한 겨울 한파 못지않은 섬뜩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악의 제국'이던 러시아에 대한 '잠재적 공포'가 다시금 부각됐다는 점이다.

전체 가스 수입의 8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게 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전인 2006년 불과 3~4일간 두절된 러시아 가스 공급으로 유럽은 혹독한 에너지대란을 치러야 했다.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확답과 유럽 각국들의 수급 대체선 확보 등 대비로 어느정도 안심하던 차에 또 당하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분쟁 당사자간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비난의 화살은 모두 러시아로 향한다.

실제로 서유럽 국가들의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에서는 과거 냉전시절의 트라우마 마저 읽힌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가스 중단사태에 대해 "서방은 러시아에 저항해야한다. 현재 가즈프롬이 벌이고 있는 협박은 구 소련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논평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러시아가 공산주의와 핵무기 대신 가스관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포'는 서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가스관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앞으로 한국까지도 이를 전망이다. 비슷한 사태가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향후 12년에 걸쳐 총 15만㎞의 송유관 및 가스관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가스와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할 예정이다. 한국도 러시아에서 북한을 경유해 우리나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에 12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유럽의 소동을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전시용보다는 여러 변수를 고려한 실질적인 자원안보대책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원줄은 곧 생명줄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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