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선진국 의존도 낮아질 듯…美도 "신흥국 의결권 늘려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 확충을 위해 채권을 IMF 역사상 최초로 발행할 계획을 밝히면서 IMF 내에서 신흥국들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도 신흥국들의 의결권 확대를 포함한 IMF 개혁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IMF와 세계은행 총회에서 "IMF의 채권 발행이 반드시 성사되리라고 본다"라며 "회원국들과 구체적 발행 규모와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IMF 발행 채권은 'IMF의 통화'인 특별인출권(SDR)으로 표시될 전망이다. 스트로스 칸 총재는 "채권 수익률은 SDR에 연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신흥국들은 일제히 IMF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IMF의 1조 달러 재원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도 채권 매입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브라질과 러시아는 구체적 매입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발행채권 중 400억 달러를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도는 매입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다.
IMF가 직접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1945년 설립 이후 최초다. 1980년대에 채권발행을 검토해본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다. IMF가 신흥국들의 요구를 수렴, 채권을 발행키로 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IMF의 재원 확충을 위한 논의가 회원국 간에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채권 발행을 원하는 신흥국들과 신흥국들의 재원 분담을 주장하는 선진국들의 의견 대립만 재확인 됐다. 이번 IMF와 세계은행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까지도 양측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힘겨루기에서 신흥국들이 일단 우위를 보여 향후 신흥국들의 IMF 내에서 발언권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신흥국들의 의결권 확대를 직접 거론하고 나서 신흥국의 달라진 위상을 즉각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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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5일 워싱턴에서 "IMF가 세계 경제 현실의 변화를 조직 운영에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역동적인 신흥국들 경제를 반영해 이들의 쿼터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IMF 이사회에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의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전체 의석수를 2010년까지 현행 24석에서 22석으로, 2012년까지는 20석으로 줄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IMF 발행 채권이 SDR로 표시되는 점도 달러 기축체제를 흔들며 신흥국 위상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 기축 체제의 개혁을 염두에 두고 SDR 표시 채권 발행을 기대해 왔다.
특히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중국은 달러가치 변동에 따라 국가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며 달러 기축 체제의 글로벌 경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사우촨 총재는 지난 달 달러화 대신 SDR을 새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