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 자비의 소리를 울리다

니르바나, 자비의 소리를 울리다

이언주 기자
2009.08.04 10:24

[인터뷰]강형진 니르바나필 음악감독 겸 단장

'서양악기로 한국적인 정서를 연주한다고?'

'기독교정신이 바탕인 서양 오케스트라가 불교 정신을 표현한다?'

언뜻 생각해도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무색할 만큼 올해로 11년째 꾸준히 연주하며 묵묵히 사회에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해온 오케스트라가 있다.

↑'서양의 언어로 동양의 정신을 펼친다'는 모토로 창단된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단장 강형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졸업(Violin전공)
불가리아 Sophia Academy 석사과정
KBS교향악단 단원, 안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역임
선화예중/고, 대진대 강사 역임
ⓒ주우찬 기자
↑'서양의 언어로 동양의 정신을 펼친다'는 모토로 창단된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단장 강형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졸업(Violin전공) 불가리아 Sophia Academy 석사과정 KBS교향악단 단원, 안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역임 선화예중/고, 대진대 강사 역임 ⓒ주우찬 기자

강형진 단장이 이끄는 니르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니르바나)는 '서양의 언어로 동양의 정신을 펼친다'는 모토로 1999년 창단된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단체다.

작은 실내악단으로 출발한 니르바나는 1999년 2월 예술의 전당에서 제1회 정기연주회를 시작한 후 크고 작은 연주회를 1년에 20회 이상 열기도 했으며, 매 공연마다 창작곡을 발표해왔다.

강 단장이 불자가 된 계기도 남달랐다고 하지만, 초창기 7년 동안은 후원금도 없이 자비를 들이면서까지 운영할 수 있게 한 힘이 더 궁금했다.

"제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일을 겪었어요. 얘길 하자면 너무나 긴데, 그 당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네요. 바로 그때 이웃에 계신 어떤 분이 저를 도와줬는데 알고 보니 불자였어요. 그분의 진심어린 마음과 따뜻한 도움 때문에 처음 불교를 알게 된거죠."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즈음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형 산사음악회를 보며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 지금의 니르바나와 강 단장을 만들었다.

"산사에서까지 대형무대를 설치하고 지나치게 대중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중화도 좋지만 명상할 수 있거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음악이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내가 가진 재능은 연주를 하는 것이니 한번 해보자 마음먹은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 어려운 시작, 만원씩 천명 모으기

불교계에 음악과 관련한 전문적인 인적 네트워크조차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이건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강 단장.

가지고 있던 잠실의 40평 남짓한 연습실을 사무실 겸해서 쓰며 10명이 안 되는 실내악단으로 소박하게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처음엔 레파토리도 없었고 '니르바나'라는 이름조차 없을 때,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기독교 신자였죠. 공연날짜는 잡힌 상태인데 연습이 시작되기 전날 갑자기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불교연주단인줄 몰랐다. 종교적인 양심상 도저히 같이 연주를 할 수가 없다고 했죠. 새벽까지 연주자를 구하는 난리가 나기도 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활동을 하면 자리가 잡힐 거라 생각했는데 7년이 되던 해, 처음 계획했던 예산도 바닥이 나고 더 이상은 오케스트라를 유지할 수 없겠다 판단해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 자리를 가졌어요. 그 자리에서 지금도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계신 서암 선생께서 '만원씩 천명 모으기 운동'을 해보겠으니 그만두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그날의 쫑파티는 새로운 출발을 하는 자리가 된 거죠. 지금은 매달 300여 명이 만원 혹은 그 이상을 후원해주고 계세요."

◆ 청중과의 교감이 중요, 재미와 다양성 추구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전문 클래식 연주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회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소쩍새마을, 안양소년원, 일산노인종합사회복지관, 안산시 근로자를 위한 음악회를 여는 등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적극적으로 음악활동을 해오고 있다.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2003년에 시작한 난치성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도 매년 열고 있다. 또한 천문학, 자연동화, 어린이를 위한 키즈음악회 등 재밌고 다양한 소재를 음악과 연결시켜 테마연주를 하기도 한다.

"어떤 공연이든 청중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파토리를 늘 고민하게 되죠.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일단 불교적인 느낌이 들어야하고, 절대로 연주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안되며 재밌어야 합니다.

↑ 이웃을 돌보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진정한 불교의 정신.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강형진 단장. ⓒ주우찬 기자
↑ 이웃을 돌보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진정한 불교의 정신.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강형진 단장. ⓒ주우찬 기자

◆참선과 요가는 필수

"많은 서양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불교를 오해하고 점을 보는 종교, 아니면 무조건적인 기복신앙인줄 알아요. 하지만 참선과 요가는 신앙을 떠나 음악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봐요. 처음엔 단순한 스케일(도레미파솔라시도를 연주하는 것)을 통해서 악기연주를 시작하듯이 자신을 정돈하고 마음을 정화하기에 불교만한 것이 없죠."

"우리 오케스트라는 불자만으로 이루어져있지 않아요. 당연히 연주자들에게 종교를 바꾸라고 하지도 않죠. 하지만 '참선'과 '요가', 이 두 가지만큼은 개인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니 반드시 권할 생각이에요."

앞으로 3~5년 안에 꼭 상임단원을 뽑을 계획이라는 강 단장은 평화롭고 가족 같은 단체로 연주자들이 '꼭 들어가고 싶은 오케스트라'를 만들 거라 했다.

기다리고, 가르치고, 느리게 사는 것엔 자신 있다는 강형진 단장.

"제가 멋모르고 너무나 어려운 과목을 택해서 지금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니르바나 오케스트라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고 삽니다. 앞으로도 마음이 이끌리고 흐르는 대로 '직관'과 '영감'에 따라 제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할거에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