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그들'은 왜 쪽박 찼을까

'똑똑한 그들'은 왜 쪽박 찼을까

김동하 기자
2009.08.03 08:24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전문직도 '대박' 좇을 때 패가망신

[편집자주] 코스닥은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우량기업들이 역동치는 곳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실적과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지만, 루머와 역정보가 난무하는 냉혹한 곳이죠. 한국의 미래와 대박의 기회가 담긴 블루오션. 그러나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코스닥의 숨겨진 얘기, 때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의사, 교수, 변호사. 만인이 선호하는 한국 최고의 고소득 전문직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는 이 분들이라고 해서 주식투자 성적표가 특별히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변에서 '대박 났다'보다는 '쪽박 찼다'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이유가 뭘까요. 자칭 타칭 코스닥 업계에서 '선수'로 불리는 A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제일 잘 속아 넘어갑니다"

지금은 은퇴했다는 A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작전에서 이른바 '롤링 팀'으로 불리는 A씨는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먼저 찾은 곳은 명동의 사채자금. 연 이자가 50%에 달하는데다 3개월 내에 갚지 못하면 투자금의 배 가까이를 더 물어줘야 합니다. 주식계좌의 명의도 물론 사채권자들이 갖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쉽게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작전세력이 찾는 곳이 바로 명동입니다.

사채업자로부터 실탄을 빌린 브로커 A씨는 주가를 지속적으로 '롤링'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찾아다닙니다. '내일이면 주가가 상한가로 갈 겁니다'라며 접근하는 방식이죠. 여러 사람들을 동원해 목돈을 만지는 의사, 교수 등까지 손길을 뻗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동원해 작전 중인 S기업의 주가를 상한가로 보냅니다.

하지만 교수, 의사, 변호사분들이 쉽게 현혹될 사람들이 아닙니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분들이라 해당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등 '밸류에이션'을 따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전세력들은 바로 이 같은 점을 노리고 다시 파고듭니다.

"며칠 안에 주가가 배가 됩니다. 못 믿으면 보고 나서 후회하세요"

남은 실탄으로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면 믿지 않던 투자자들이 A씨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비이성적인 주가 앞에 이성적인 판단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겠죠.

"특히 의사, 변호사, 박사, 교수님 등 똑똑한 분들이 목돈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엔 믿지 않지만, 며칠 상한가 치고 나면 알아서 전화가 옵니다"

작전주의 주가가 계속 급등하려면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야합니다. 일종의 '폰지게임'과 같은 원리죠. 피라미드처럼 더 많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 모으지 못하면 피라미드는 붕괴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합니다. 14일을 상한가로 갔던동일철강(919원 ▲38 +4.31%)과 12일을 상한가로 갔던 액티패스(현액티투오)가 대표적인 경우죠.

계좌를 쥐고 있는 사채권자들도 어느 정도 원하는 수익을 거두거나, 주가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을 텁니다. 특히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반대매매 성격으로 가차 없이 매도해버리죠.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 적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당 기업을 공부한다고 해서 적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죠.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대박'을 좇다가는 '숨은 적'에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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