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클레인 외환은행장과 산낙지

[현장클릭]클레인 외환은행장과 산낙지

권화순 기자
2009.08.05 15:2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특별히 한식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점심을 겸한 이 자리에 준비된 음식은 뜻밖에도 '한식'이었습니다. 갈비찜, 흑임자죽, 쇠고기국에 김치, 장아찌 등 5가지 반찬이 나왔습니다.

간담회장으로 자주 이용되는 은행회관에선 그동안 중식 아니면 양식이 점심 메뉴였습니다. 한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기자는 이날 간담회만큼은 양껏 먹었습니다. 클레인 행장이 특별히 한식을 주문한 것이라고 합니다.

클레인 행장은 좋아하는 한국음식도 소개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은행 지점장들과 함께 먹었던 전복 내장죽을 꼽았습니다. 김치를 곁들여 먹었던 숯불 흑돼지도 맛있었다고 하네요.

외환은행을 맡은 후 처음으로 금융권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선 산낙지를 먹었습니다. 주위 은행장들의 생각과 달리 그는 제법 젓가락질을 잘 했다고 합니다. 꿈틀거리는 산낙지는 잘 집었지만 맛은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하네요.

클레인 행장이 2분기 실적발표가 끝난 직후, 그것도 한국 언론과 처음 얼굴을 맞대는 자리에서 '한식'을 주제로 길게 언급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라는 점,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매각이 될 운명에 처한 현실 때문이죠.

이를 의식한 듯 클레인 행장은 "외환은행은 한국계 은행"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줄곧 영어로 말했지만 '정체성'에 대해 얘기할 땐 'KEB'라는 약자보단 한국말로 "외환은행"이라고 악센트까지 넣어 발음을 하더군요.

외환은행이 한국은행에서 떨어져 나온 과거 이력까지 꺼냈습니다. 그는 "한국은행이 외환은행을 '출산'한 것"이라면서 "해외에서 여러 영업을 하고 있지만 수백만 한국 고객이 주요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M&A와는 별개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펴겠다고 말합니다. 취임 후 전국 지점을 돌아다닌 것도 이 일환입니다. 사실상 첫 '성적표'라 할 수 있는 2분기 순익도 나쁘지 않습니다. 2382억원인데 현재로선 은행권 순익 중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여지없이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M&A에 쏠렸습니다. 산업은행, 국민은행과의 M&A설이 주제였습니다. 장장 2시간에 걸쳐 질문이 쏟아졌죠. 길어야 1시간이면 질의 응답이 끝나는 국내 은행장 간담회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결국 '한식'을 좋아하는 클레인 행장은 정작 한술도 뜨지 못하고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