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바이러스 전파하는 전화 한통

행복바이러스 전파하는 전화 한통

김부원 기자
2009.12.06 09:38

[머니위크]올 겨울 뜨겁게/ 나눔 열기

지난 2007년 여름 물에 빠진 세명의 초등학생을 구하고 숨을 거둔 고 최한규 씨. 그는 목회자의 꿈을 안고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어린이들을 구해냈다.

장례를 마친 후 최씨의 부모는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 통장을 하나 발견했다. 최씨가 한 단체에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기 위해 마련한 통장이었다. 아들의 이웃사랑 정신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최씨의 부모는 고인을 대신해 계속 정기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연말이다. 어느 때보다 이웃을 위한 사랑의 손길이 절실해지는 시기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돈을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유명 인사들과 연예인들은 연말뿐 아니라 틈틈이 수천만원 내지 수억원을 기부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빠듯한 수입으로 살아가는 소시민들도 마음만큼은 나눔문화, 이웃돕기에 동참하고 싶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기부액을 보면 자신이 베풀 수 있는 능력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막상 작지만 진심어린 사랑을 실천하고 싶어도 어떻게 나눔문화에 동참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웃을 위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나눔문화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적극성을 보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눔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연말, 내가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십시일반' 모금의 뿌듯함

열숟가락의 밥이 모이면 한그릇이 된다.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사랑이 되고,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 고 최규한 씨 역시 이런 작은 사랑을 실천했던 것이다. 최씨가 매달 일정액의 기부금을 보낸 곳은 바로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www.chest.or.kr 이하 공동모금회)다.

지난 1998년 11월 설립된 공동모금회는 시민들이 각자의 사정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나눔문화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직장인의 경우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한사랑 나눔캠페인'에 참여하면 좋다. 자영업자들이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가게 캠페인'도 마련돼 있다.

원하는 금액을 누구든지 기부할 수 있는 '사랑의 계좌'와 모금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읽고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부하는 '행복주식 거래소'에 참여할 수도 있다.

공동모금회 ARS(060-700-1212)를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언제든지 기부할 수 있다. 전화 한통화에 2000원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물품을 기부하는 시민들과 기업들도 많다.

공동모금회는 연말을 맞아 12월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62일간 '희망2010 나눔캠페인'이란 특별한 행사도 마련했다. 목표 모금액은 2212억원이다.

김효진 공동모금회 홍보실장은 "이번 캠페인은 국민 모두가 나눔에 투자하는 행복주주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정기기부, 나눔상품 구매,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 ARS 기부, 여러 시설과 기관들에 비치된 사랑의 열매 모금함, 지역순회모금, 온라인계좌 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 같은 기간 동안 열린 캠페인에서는 2096억원이 모금됐다.

◆돈 대신 서비스 기부

반드시 현금으로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남다른 재능과 상품, 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나눔문화에 동참할 수 있다. 서울 시민이라면

서울시복지재단(www.welfare.seoul.kr 이하 복지재단)이 추진하는 '행복나눔'의 일환인 디딤돌사업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2008년 8월부터 시작된 디딤돌사업은 복지재단과 기부업체가 협약을 맺고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특정 서비스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제공하는 기부 방식이다. 예컨대 디딤돌사업에 참여한 한 갈비집 사장은 경영상황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안경점 사장은 매주 두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안경을 선물하며 나눔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10월31일까지 디딤돌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부업체는 2253개다. 이 사업을 통해 서비스를 지원받은 시민들은 2만5812명에 달한다. 제공된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9억7187만5000원이다.

안철홍 복지재단 경영홍보팀장은 "기부업체 대부분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며 상당수 중소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며 "현금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분들은 복지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고 밝혔다.

◆풀뿌리 기부문화의 소중함

공동모금회와 복지재단 외에도 많은 단체들이 시민들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und.org), 굿네이버스(www.goodneighbors.kr), 어린이재단(www.childfund.or.kr), 구세군, 적십자 등이 대표적이다. 나눔문화에 동참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적합한 단체와 기부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남석인 한국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는 "과거에는 불우이웃돕기와 기부 캠페인 등의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며 "좋은 뜻으로 기부에 참여했다가 생각했던 바를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기부활동이 공식화되고 체계화되면서 공동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며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인들이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풀뿌리 기부문화'가 확고히 자리 잡는 것도 중요하다.

김효진 실장은 "소위 감정에 따라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한국형 기부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풀뿌리 기부문화"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미국, 캐나다 등 기부문화가 한층 성숙한 국가들은 작은 모임에서도 도네이션 프로그램이 일반화돼 있고, 나눔 교육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는 아직 기부와 모금에 대한 불신이 많다. 생활 속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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