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의견 거절' 봇물, 내용 들여다보니

증시 '의견 거절' 봇물, 내용 들여다보니

김동하 기자
2010.03.25 10:57

작년 '분식'영업정지 초비상… 정성평가 강화로 '피바람'

2010년 3월. 상장사들의 '감사의견 거절'이 예고 없이 속출하면서 증시에 공포를 불어넣고 있다. 시가총액 4000억원이 넘는네오세미테크에서부터 26억짜리 폴켐까지 전방위에서 회계법인 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2년전만해도 대부분 자본잠식만 아니면 '적정'을 주던 회계법인들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상장사의 '계속기업 가치' 등 '정성적 평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며 '퇴출대란'을 불사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 지난해 화인 영업정지…회계법인 초긴장

불과 2년전만해도 자본완전잠식만 면하면 상장유지는 식은 죽 먹기였다. 실제 지난 2008년에는 자본잠식이 많게는 1000%가 넘던 신지소프트, 뱅크원에너지, 베스트플로우, 팬텀엔터, 모빌탑 등이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월31일 '벼락증자'로 자본잠식을 면하자, 회계법인들은 일제히 감사의견 '적정'을 제시했고, 다음날부터 거래됐다.

반면 최근에는 '계속기업가치'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회계법인들이 감사의견을 먼저 '거절'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위력이 거세지면서 회계법인들의 '정성적 평가'의 잣대가 크게 강화됐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적정'의견을 줘도, 거래소가 직접 나서 퇴출시키는 사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벼락증자에 성공했던 회사들은 모두 상장폐지됐다.

특히 2009년 9월 업계 9위였던 화인회계법인이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탈출을 방조한 혐의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은 회계법인들의 방만한 감사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에 대해 업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의 회계법인 감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회계법인들끼리 '내부단속'의 끈을 조였다. 감사하는 업체가 퇴출되더라도 느슨한 감사로 감리에 걸려 영업을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IFRS가 도입되면 회계법인들간의 영업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업을 겨냥한 '상장사 길들이기'아니냐는 볼멘 소리들도 들린다.

◇ 달라진 기업가치평가, 일제 보수적 '우향우'

회계법인들이 감사를 강화한 항목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영업권 상각' 등으로 자산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꼽힌다. 특히 매출채권(외상)이나 대여금이 있을 경우, 이를 대손충당금, 즉 '못 받을 돈'으로 인정하는 사례들이 급증했다.

실제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대주회계법인은 2개년 동안 기계설비를 팔고도 유형자산관리대장에 그대로 올려 뒀고, 이는 누군가가 매각대금을 횡령했을 소지가 있다며 자산에서 배제시켰다.

또 소모품 비용을 기계장치 및 공구, 기구 항목에 올려 자산으로 처리했고, 생산에 사용 중인 자산을 건설 중인 자산에 넣어 감가상각을 피했다며 '분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잣대다. 비상장기업의 지분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상장사의 자산규모는 들쭉날쭉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화인 회계법인 영업정지 사유도 비상장사의 주식가치평가 문제였다. 과거 회사의 말만 듣고 부풀리는 일도 많았지만, 최근은 부풀렸던 비상장주식가치를 '영업권 상각'으로 잘라내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지난해부터 특히 해외투자지분이나 비상장회사의 지분가치를 엄격히 평가하고, 자회사나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도 '못 받을 돈'으로 대손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돌연 자본잠식 및 회계장부 미제출을 이유로 상장이 폐지된 포넷의 경우, 삼일회계법인은 해외로 빠져나간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생산지연이나 투자실패로 인정하면서 200억이상을 대손상각처리했다. 결국 2008년 6월 584억원이었던 자산은 6개월만에 135억원으로 449억원이 줄었다.

매출액 계산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코스닥 상장사는 회계법인이 매출을 '총액'개념으로 인정하다가 '순액'개념으로 바꾸면서 올해부터 매출 30억 미만 관리종목으로 편입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