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프리즌 브레이크'에 열광한 때가 있었다. 뭇 여성팬의 마음을 사로잡은 '석호필'의 매력은 나와 별 상관없는 것이지만 잘 짜인 구조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는 그야말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는 만족감의 한편에는 '미드(미국드라마) 열풍'이라 했던 미국 드라마의 인기에 대한 부러움 또한 있었다. 그것은 우리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인기가 그보다 못해서는 물론 아니었다. '한류'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드라마 아닌가.
아쉬운 것은 우리 드라마의 인기와 인지도가 아직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우리 드라마를 꿈꾸는 것은 조금 섣부른 욕심일까. 그렇지 않다.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의 힘이 아니더라도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단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글로벌 한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단막극의 제작 지원에 나선 것은 단순한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단막극 제작 지원 10억원은 단순히 제작되는 작품과 인력에 대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의 단막극 제작을 위한 불씨를 제공하는 것이다.
많은 이가 얘기한 대로 단막극은 드라마 제작인력의 등용문일 뿐만 아니라 역량있는 작가와 프로듀서, 연기자를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적인 경험을 쌓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런 가운데 노희경도 나오고 표민수, 장동건도 나온다. 그뿐이랴. 단막극을 통해 쌓은 제작인력의 노하우와 다양한 스토리야말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대작드라마 창작을 위한 가장 큰 힘이다.
얼마전 KBS가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단막극을 편성했다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리고 조만간 다른 방송사에서도 단막극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도 생겼다. 많은 논란과 어려움 끝에 다시 마주하게 된 단막극인지라 가슴 한구석이 더욱 뭉클하다. 콘텐츠산업 진흥이라는 본연의 업무 때문만은 아니다.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의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에 비할 바 없는 기다림과 기대감이 단막극에 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 또다른 배우 그리고 명대사 말이다.
단막극의 필요성을 외치는 크고 작은 목소리와 많은 이의 노력 끝에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에 단막극이 신설됐다. 하지만 폐지의 주된 원인이었던 수익성에 대한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은지라 단막극 지원 예산이 확보되었음에도 '상업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다.
반면 단막극이 갖는 수익 이상의 가치 또한 여전하다. 앞으로 단막극 지원의 방향은 굳이 방송사의 즉각적인 편성이 아니더라도 인재와 스토리 발굴 그리고 우수한 작품의 확보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다.
단막극에 대한 우리의 응원이 필요하다. 단막극은 방송사의 수익성 부재를 이유로 수년간 제작이 중단돼왔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의존한다면 과거의 상업적인 논리에 떠밀려 언제 다시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른다. 제작자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고 대중이 그에 상응하는 지지를 보낼 때 비로소 단막극은 수익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단막극은 반드시 '본방 사수'하고 좋은 작품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자. 단막극은 결코 '박수칠 때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