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까지 추가 자산상각 규모 2000억 유로 육박…자금 조달비용 상승우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며 제2의 자산상각 물결이 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간한 반기 '유로존 금융안정성보고서'에서 유로존 은행권에서 2011년까지 발생할 부실자산 상각 규모를 1950억유로로 전망했다.
이미 시행된 자산상각과 대출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제외하고 올해 900억 유로의 자산상각이 추가로 발생한 후 2011년 필요한 대손충당금 또한 1050억 유로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ECB는 2007년~2010년 금융위기로 인한 유로존 은행권의 대출 손실 규모를 지난해 12월 전망치 5530억유로보다 줄어든 5150억유로로 집계했다. ECB는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자산상각은 전망치보다 줄어들었지만 대출 손실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국가 부도 위기로 은행권 자금 조달 환경 악화◇
ECB는 보고서에서 "급증한 정부 재정적자 위험이 일반적인 자금 조달비용을 상승시켜 유로존 경제 성장 전망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국채 금리 상승이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민간부문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대출 비용, 즉 회사채 조달 금리가 국채 수익률과 연동 돼 있는데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으로 국채 금리가 높아질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과 실물경제의 악순환이 또 경제 성장 둔화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유로존 은행들이 2012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수천억 유로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ECB의 촉각을 건드리고 있다.
2012년 말까지 장기채 상환을 위해 유로존 은행권이 리파이낸싱(상환 후 재융자) 해야 하는 자금이 8000억 유로에 달한다. 유로존 은행과 정부들이 이를 위해 앞다퉈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자금 조달 경쟁이 가속화되고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상승하게 되리란 전망이다.
유로존 국가 부채 위기가 은행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중되며 이미 지난 한 달 간 은행 채와 국채 간 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탈 회사채 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국채와 은행채의 스프레드는 70bp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다.
독자들의 PICK!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전체 발행 채권 중 50%를 차지하는 은행채의 금리 상승이 비 금융기관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의 채권 투자 담당자 커티스 알레지는 "회사채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은행채 금리를 상승시켰다"며 "금융시장의 이러한 불확실성이 은행채 뿐 아니라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며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부실→기업 대출 감소 악순환 우려◇
유럽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 가격 하락으로 은행들의 대출 능력이 저하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유로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의 국공채와 회사채가 2조유로 이상에 달한다고 전했다. 특히 스페인 등의 부실채권의 경우 대부분이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연관돼 있어 부실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와 관련해 31일 오스트리아 국립은행 연설에서 "채권 가격 하락은 은행 대차대조표의 밸류에이션 손실을 의미하며 이는 은행 대출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CB 자료에 따르면 ECB의 저리 대출 지원에도 불구하고 4월 유로존 은행들의 민간부문 대출은 지난해 같은달 보다 고작 0.1% 늘어났으며, 비금융기관에 대한 대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컨설팅그룹 파리법인의 필립 모렐은 "은행들의 자금공급 기능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ECB는 유로존 은행권이 '큰 문제'없이 예상되는 자산 상각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하며 ECB 의존에서도 벗어나야한다고 주장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ECB 부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강조하는 유로존의 위험은 이러한 악순환으로 예상한 것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재정 긴축이 신뢰 회복과 장기적인 경제 성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성장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