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전환가 재조정, 물량 폭탄 맞을라"

"CB 전환가 재조정, 물량 폭탄 맞을라"

우경희 기자
2011.03.10 06:56

[신공시읽기⑥ CB리픽싱]발행 후 주가 떨어지면 전환가격도 하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초창기 인기 연재물 '공시읽기'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합니다. 공시읽기는 투자판단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되는 공시내용을 심층 분석, 지금까지도 '공시투자의 기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생생한 사례속에서 배우는 '新공시읽기'를 통해 성공투자의 틀을 다지시기 바랍니다.

무엇이든 고장이 잦았던 시절, 공산품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보던 것이 바로 애프터서비스(AS)였다.

CB투자에 있어서도 좋은 수익률에다 투자리스크를 줄여주는 AS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시가변동에 따른 전환가격조정(리픽싱:Refixing)'은 투자자들의 이런 요구 속에서 태어났다.

리픽싱은 CB 발행 후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경우 전환가액을 하향조정해 투자자들이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줄어들어 유리한 투자조건이 조성된다.

그러나 전환가액조정이 모두에게 호재는 아니다. 전환주식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겐 큰 악재가 된다. 투자자들이 전환가격재조정이나 전환청구 공시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전환가액조정, 왜 하나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조건은 여러가지다. 우선 CB 발행 후 발행회사가 유상증자나 무상증자를 단행할 경우다. 주식이 발행되기 때문에 당연히 전환가액이 조정된다. CB전환 행사로 인해 발행되는 주식의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회사가 주식을 배당할 경우에도 전환가액이 조정된다.

그러나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리픽싱'에 의한 것이다. 주가가 내려갈 경우 손해를 보게 되는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기업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전환가격이 낮아지면 동일한 금액의 CB라도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숫자가 늘어난다. 전환주식 숫자가 늘어나면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대주주지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전환가액 조정일자가 다가오면 주가를 띄우기 위해 호재성 재료들을 내놓기도 한다.

애물단지이긴 하지만 CB를 발행하면서 전환가액조정 조건을 빼놓을 수는 없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전환가액조정 없이 CB에 투자하는 것은 주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CB를 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발행 당시 계약 내용에 전환가액조정을 포함한다.

코스닥 벤처기업 엔스퍼트는 지난 7일 전환가액조정 공시(표 참고)를 냈다. 시가변동에 따른 전환가액조정으로 전형적인 리픽싱이다. 이를 참고해 전환가액조정 사례를 분석해보자.

1번 '조정에 관한 사항'은 전환가액이 얼마인지를 설명해주는 항목이다. 이에 따르면 조정 전 전환가액은 2744원이며 조정 후 전환가액은 2551원이다. 전환가액은 CB를 주식으로 바꿀 때 한 주에 얼마로 계산해주느냐를 미리 정해 둔 가격이다.

2번 항목인 '전환가능주식수 변동'과 3번 항목 '조정사유'를 통해서는 전환가액을 조정할 경우 늘어나는 전환가능주식의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엔스퍼트의 경우 조정 전 74만여주이던 전환가능주식 숫자가 조정 후에는 80만주를 넘어선다.

◇새 전환가액, 어떻게 구할까

4번 항목 '조정방법 및 근거'에서 전환가액을 조정한 이유와 새 전환가액 계산방법이 공개된다.

2010년 6월 CB 발행 당시 결정된 전환가액은 3644원이었으며 기준주가는 4049원이었다. 그러나 2011년 3월 8일 종가기준 엔스퍼트 주가는 2090원이다. 9개월여만에 절반 가까이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는 동안 엔스퍼트는 당초 약속대로 이 CB에 대해 지난해 11월 8일과 12월 7일에 두 차례 전환가액조정을 실행했다.

언제 전환가액조정을 적용할지는 CB 발행 당시에 이사회 등의 절차를 통해 이미 결정된다. 엔스퍼트 역시 CB 발행 공시를 통해 전환가액조정 적용 기준과 방법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새 전환가액은 다음 기준을 따라 구한다. 최초 전환가를 구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먼저 기산일(전환가액 조정일 전날)부터 소급 계산한 ①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②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③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각각 구한다.

④세 가지 가중산술평균주가의 평균을 구해 ③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와 비교했을 때 더 낮은 값이 직전 전환가액을 밑돌 경우 리픽싱이 적용된다. 또 ③과 ④ 중 더 낮은 값이 새로운 전환가액이 된다. 다만 일반 공모가 아닌 경우에는 ③과 ④ 중 높은 값이 기준이 되며 이 높은 값이 새로운 전환가액으로 설정된다.

엔스퍼트는 ③이 2212원, ④가 2344원으로 모두 조정 전 전환가액인 2774원을 밑돌기 때문에 리픽싱 조건에 부합한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기준대로라면 전환기준가액이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인 2212원으로 조정돼야 하지만 2551원으로 조정되는데 그쳤다. 이는 전환가액조정 한도 때문이다. 전환가액 하향 한도는 최초 전환가액(이미 조정한 경우에는 이를 감안해 산정한 가액)의 70%다. 만약 전환가액조정이 이어져 액면가 미만까지 내려갈 경우 법리상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CB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무한정 전환가격이 낮아지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결국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자주 리픽싱을 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엔스퍼트는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일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날 및 그로부터 매 1개월이 지난 다음날(기산일)'마다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2011년 3월 7일 역시 시가하락에 의한 전환가액조정 공시를 낸 코스닥기업 한국가구는 기산일에 대해 'CB 발행 후 최초 1개월이 되는 날과 그 이후로는 매 2개월이 되는 날'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CB에 대한 연간 리픽싱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으며 발행 기업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분기별 1회(연 4회) 실시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나 최근 주가변동이 심화되면서 1~2개월에 한 번씩 리픽싱하는 CB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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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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