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으로 인플레 억제?" 고민하는 中

"위안화 절상으로 인플레 억제?" 고민하는 中

권성희 기자
2011.04.21 10:48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1일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위안화 절상은 미국이 오랫동안 중국에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자체 계획에 따라 완만한 절상 속도를 유지해왔다.

WSJ는 최근 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감안할 때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는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원자바오 총리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 강화" 언급

WSJ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주 국무원 회의에서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잘 활용해야 하는 몇 가지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WSJ는 중국 관료들이 이전에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환율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 적은 있지만 최고위급 관료인 원 총리가 이같은 견해를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중국의 발언에 변화가 감지됐다고 해도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절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런던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중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 절상 속도를 높이기 직전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말까지 위안화는 달러당 6.20위안으로 거래되며 현재 수준에서 5.25%가량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일 위안화는 달러당 6.5255위안으로 거래돼 지난해 6월에 중국이 위안화를 고정환율제에서 관리 변동환율제로 바뀐 이후 4.6% 올랐다. 지금까지 위안화 절상 속도는 한달에 0.5% 가량으로 미국과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장해온 속도에 비해 크게 완만하다.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장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 넘어"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지난 18일 3조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액에 대해 적정 수준을 상회했다며 줄일 필요가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WSJ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큰 폭의 증가세를 계속하는 것은 상당 부분 환율정책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와 외국인들의 달러 자금을 인민은행이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의 위안화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온 찰스 슈머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미 상원의원 10명이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 행장을 비롯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났다. 이는 미국 의원 방문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WSJ는 오바마 행정부 역시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위안화를 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지만 최근에는 위안화 문제에 다소 침묵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이 외부 압력이 아니라 내부 사정을 더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할 때 결국엔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고위 관료들은 환율을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으나 최근 이같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루이 쿠지는 "중국 관료들이 환율을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한 거시경제 변수로 생각을 조금 바꾸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한다고 인플레 압력 낮아질까

하지만 WSJ는 위안화 가치가 높아진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인정했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입가격이 완화돼 물가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소비자물가 지수를 산정하는 바스켓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농산물을 비롯한 식품 대부분은 중국 내에서 생산된다.

위안화가 절상돼 수입물가가 낮아진다면 휘발유 가격이나 수입 비료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가장 절실한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WSJ는 중국 정부가 수입물가조차 위안화 절상 외에 다른 수단으로 억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올들어 가솔린 국제가격은 20% 이상 급등했지만 중국내 가솔린 가격은 10% 오르는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가격 인상을 막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인플레이션 압력의 구조적인 요인 중 하나인 임금에 대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이코노미스트들은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단계에 중국 경제가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스탠다드 차터드가 8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 1분기 평균 임금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9~15% 급등했다.

◆위안화 점진적 절상은 핫머니 유입 촉진할 것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의 장점과 더불어 대규모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원 총리는 지난달 "시장 가격구조에 따라 위안화 유연성을 좀 더 확대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개혁은 기업과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완만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만한 위안화 절상의 문제는 투기자금의 중국 유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투기자금 유입을 막으려면 차라리 한번에 큰 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지지하는 전문가조차 이 방안은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아 빈 인민은행 고문은 지난 19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위안화 가치를 한 번에 대폭 올리는 방안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방안이 "장기적인" 처방이며 "현재 상황에서 과도하게 빠른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나 사회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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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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