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兆 해외자원개발 무용론? 오일쇼크 대비한다"

"16兆 해외자원개발 무용론? 오일쇼크 대비한다"

정진우 기자
2012.06.01 06:16

[인터뷰]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저렴한 전기요금, 전력난 원인"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인 엑슨모빌이나 쉘이 해외에서 개발한 자원을 모두 자국으로 가져간다고 보시나요? 천만예요. 국제 시세로 비싸게 팔았다가 필요할 때 다시 싸게 사오는 전략을 적절히 이용합니다. 그런 자원조달 능력 때문에 세계 1위 기업이 된 겁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최근 국내 자원개발 방식을 놓고 제기되고 있는 논란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국내 에너지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한 자원을 국내로 직접 들여오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란 일각의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김 원장은 3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이 개발한 자원을 직접 국내로 들여와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수 있지만,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직접 도입해야만 에너지 안보에 기여했다고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생산한 자원을 국제 시세로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자원의 국내 도입 여부를 떠나 우리도 생산광구를 보유해야만 자동차나 반도체를 수출해서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를 에너지 구입에 지불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원장의 주장은 최근 에너지 공기업들의 자원 개발 방식을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 상반된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국내 공기업들이 16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해 해외에서 석유와 가스개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나 가스가 국내로 유입된 실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기준으로 한국석유공사는 191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15조여 원을, 한국가스공사는 4개 해외 가스개발 사업에 1조여 원을 각각 투입했다. 그 결과 석유와 가스의 자주개발률(총수입량에서 자주개발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3.1%에서 지난해 13.7%로 증가했다. 그렇지만 국내로 들여온 석유와 가스는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형식적인 자주개발률을 높이는데 치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 원장은 "세계적인 자원개발 기업들도 대부분 자국으로의 자원 도입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개발한 자원을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주개발률이 높다는 건 지역 간 스왑을 통해 수급불안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올 여름 전력수급 문제에 대해 '초비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전력예비율이 한자리수로 줄었다. 전력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공급 측면에서 받쳐주지 못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전력 수급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값싼 전기요금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에도 미치는 않는 전기요금 때문에 전력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문제가 커졌다는 것.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87.4%에 불과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정책당국이 물가상승을 우려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전기요금 인상률을 낮게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규 전력 공급원 개발과 함께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절기 전력수요 피크를 조절하기 위해 에어컨 등 전기제품에 대해 최저효율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효율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시장기능보다 직접 규제와 같은 단기적인 현안 해결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기반의 에너지 수급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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