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신창연 여행박사 사장 "죽어라 100억 버느니 재밌게 20억 벌 것"
지금은 많이 얌전(?)해졌지만 신창연 여행박사 사장(50·사진)은 몇 년 전만해도 1년에 2∼3개월 정도는 다리가 부러져 있곤 했다고 한다. 속도위반을 했다하면 시속 200km를 넘기기 일쑤였고, 스키도 회전보다는 무한 질주인 활강이, 등산보다는 암벽타기가 제 맛이라고 믿는 그였다.
"유고시를 대비해 사장 권한 대행을 둬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독 위험한 스포츠만 즐겼다. 그는 2006년 실제로 사장 권한 대행을 세웠다.
권한 대행을 만든 이유는 또 있다. 여행박사만의 독특한 사장 재신임 투표제 때문이다. 신 사장 스스로가 회사 지분을 22%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그는 매년 직원들에게 "내가 내년에도 사장을 계속 해도 되겠느냐"며 전 직원 워크샵(11월)에서 투표를 실시한다. 이 투표는 과반수이상 득표 방식이 아니라 재신임 찬성률이 70%를 넘어야 한다.
신 사장은 "만약 직원들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를 재신임해주지 않으면 그때 누군가 사장을 대신해야 하는 것도 권한 대행을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 양반이 정신이 있는 건가?'하는 찰나에 신 사장은 팀장들도 팀원들의 재신임 투표를 반드시 거친다고 했다. 이 투표에서 물을 먹으면 어제의 팀장이 오늘의 팀원으로 강등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믿지 않는 사장과 팀장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요즘 아예 공동 대표체제를 도입할까도 고민중이다. 여기저기서 사장을 꼭 나오라고 하는 자리가 많은데 격식을 내세우는 모임은 체질상 맞지 않아서다. 그래도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가 많으니 공동대표를 뽑아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장 결제 같은 것은 아예 있지도 않고, 회사에도 핑계를 대고 안 나오는 날이 많다"고 했다. 한마디로 '재미있게' 사는 것이 삶의 최고 가치라고 여기는 그다. 신 사장은 "죽기 살기로 일하면서 이익을 100억원 내는 것보다 20억원만 이익을 내고 전 직원들이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후자를 택한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여행박사에는 미주알고주알 같은 직원 복지 혜택이 35가지나 된다. 직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입사 후 직원들이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면 학자금 명목으로 연간 1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근무시간도 자율적이어서 직원 스스로가 오전 12시 이전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출근해 8시간을 일하고 퇴근하면 된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기를 원하면 자전거를 사주고, 직원 3명이상 카풀을 한다고 하면 회사 차량을 쓰라고 내준다. 골프 입문 1년 내에 100타(여자 120타)를 깨면 1000만원을 선물로 준다. 직원들이 성형수술이나 미용수술을 하면 본인 부담액의 50%를 회사가 내준다.
독자들의 PICK!
신 사장은 "누가 보면 여행사가 아니라 동아리 같다고 하는데 실제로 동아리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과 회사 수익도 무조건 나눈다. 매년 각 팀별로 최소 목표치와 최대 목표치를 설정한 후 실제 매출이 이 구간에 들어가면 최소 목표치 초과분의 50%를, 실제 매출이 최대 목표치를 넘으면 초과분 10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돌려준다. 이렇게 직원들이 가져가는 성과급만 1인당 수 천 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주는 이유가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아니냐고 슬쩍 물었다. 신 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직원 복지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직원 복지를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오직 '재미'를 존중하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경영 스타일은 여행박사 상품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여행박사가 패키지 상품이 아닌 자유여행 상품을 간판에 내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 사장은 "해외여행에서 1시간은 평상시의 1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소중한 시간"이라며 "여행사들이 해외여행 상품에 손님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쇼핑센터 의무 방문을 넣는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쇼핑을 강요하는 패키지 상품은 할 능력도 없고 여행박사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여행박사의 자유여행 상품은 모두 고객 스스로가 원하는 방문지를 선택하고, 원하는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다.

그는 앞으로 여행박사의 회사 규모가 커져도 패키지 상품은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다. 신 사장은 "루이비통은 가방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지만 시계는 까르띠에를 따라갈 수 없다"며 "까르띠에의 시계 기술로도 루이비통처럼 가방을 잘 만들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여행박사에는 자유여행 상품으로 해외여행을 20번 이상 다녀온 단골손님이 있다"며 "앞으로도 자유여행 한 우물을 파겠다"고 했다.
신 사장의 남다른 직원 사랑은 퇴사한 직원들에게까지 뻗친다. 그는 여행박사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겠다고 제안해오면 무조건 지원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따로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인큐베이팅으로 쓴 투자액만 20억∼3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키아가 망하고 난 뒤에 스웨덴에는 노키아 출신들이 만든 벤처기업들이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한국에도 노키아로 상징되는 대형 여행사도 있어야 하지만 여행박사처럼 다니기 재미있는 여행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여행박사를 지금 다니기 재미있고, 퇴사해서도 참 재미있었던 회사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인 듯 싶었다. 놀면서 일하는 것 같은 여행박사 직원들은 지난해 수탁고 2000억원을 올렸고, 가집계 결과 당기순이익은 18억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