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다투는 중국, 따이궁 모두 발묶였다"…울상된 면세업계

"생사 다투는 중국, 따이궁 모두 발묶였다"…울상된 면세업계

이재은 기자
2020.02.10 16:03
29일 오전 11시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전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2020.01.29./사진=이재은 기자
29일 오전 11시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전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2020.01.29./사진=이재은 기자

"지금 중국은, 얼굴에 뭘 바르고 할 상황이 아니라 생사를 다투고 있어서… 따이궁(代工·대리구매상)들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어제 중국에서 인천으로 온 비행기엔 따이궁이 한 열댓명 타고 왔어요. 정말 생업이라 이것 아니면 안되는 사람들만 왔다고 보면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 면세업계의 '큰 손'인 따이궁의 발이 묶였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면세업계 전반의 막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10일 다수의 따이궁에 따르면 춘제(중국설)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간 따이궁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국내 면세업계가 사실상 고사 위험에 처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면세업계를 따이궁들이 먹여살리고 있어서다. 따이궁은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2019.05.03.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개점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사진=뉴스1
2019.05.03.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개점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사진=뉴스1

보통 따이궁은 '대목'인 춘제 때 대량의 물건을 사간 뒤 고향에 돌아가 춘제를 즐기고, 춘제가 끝나는 동시에 다시 업무에 복귀해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엔 신종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인 상태다.

모든 따이궁이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건 아니지만, 평소에 비하면 그 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따이궁은 "보통 춘제가 끝나고 따이궁들이 다시 업무전선에 복귀해야하는데, 지금은 중국 분위기 자체가 고향에서 현 거주지로 이동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라앉아 있다"며 입을 열었다.

중국은 지난달 30일까지 춘제 연휴에 돌입했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자 연휴를 이달 2일까지 한차례 연장했고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당국은 지난 9일까지 휴무를 연장했다.

그는 "정말 따이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주 시급한 사람들 빼고는 다시 한국에 들어온 이들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에어차이나 비행기로 들어왔는데, 따이궁이 한 14명 정도 타있었다"며 "매우 적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이궁의 한국 복귀가 늦어지는 데는 이미 이 같은 여파를 직감하고 많은 물건을 사간 이들이 적지 않아서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이미 많은 따이궁들이 춘제 직전에 이런 분위기를 직감하고, 한동안 한국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많은 물건을 사갔다"며 "이들이 이때 마스크를 많이 사가서 한국 마스크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23번 째 환자의 방문으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임시 휴점했던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이 방역 소독을 마치고 10일 재개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향하고 있다. 2020.2.10/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23번 째 환자의 방문으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임시 휴점했던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이 방역 소독을 마치고 10일 재개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향하고 있다. 2020.2.10/뉴스1

한국의 면세점들이 신종코로나 사태로 연달아 휴업한 것도 따이궁들이 한국에 발걸음하는 데 악영향을 줬다. 또 다른 따이궁은 "한국 시내면세점들이 줄이어서 휴업에 돌입했는데, 이 때문에 '기왕 들어가봤자 한국 면세점도 다 닫았는데 가지말자'는 생각을 한 이들도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보통 밸런타인데이는 춘제 이후 또 다른 선물 대목으로, 따이궁들이 많은 물건을 사가는 때이지만 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국내 선물수요가 급감한 것 역시 따이궁들이 활동을 재개하는 데 영향을 줬다. 따이궁들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내 사람들은 매우 가라앉아있고, 사람들간 교류도 적어져 화장품을 선물하고 할 분위기가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내 면세업계는 울상이다. 따이궁의 발이 묶인다면, 그대로 면세업계가 고사하는 판이 될 수 있어서다. 춘제 연휴가 이제 막 끝난 상황이라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는 이유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지속돼서 따이궁이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게 제일 문제다"라며 "한국, 중국, 홍콩을 왔다갔다하는 따이궁들이 춘제 이후 다시 한국에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막혀 돌아오지 않는다면 메르스 때처럼 매출 급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 총 매출액은 24조85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8조9602억원)보다 31% 이상 급등한 수치로, 업계는 이 같은 매출 증대가 따이궁들의 덕이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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