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형 靑비서실장...'O-CoS'(오-코스) 시대] (종합)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정 CEO'(최고경영자)인 이재명 대통령을 실무적·전략적으로 총괄 지원하는 '국정 COO'(최고운영책임자'의 새로운 비서실장 모델을 보여주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기존의 은둔형·관리형 비서실장을 넘어 현장을 직접 누비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행형 비서실장'(O-CoS·Operational Chief of Staff)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발로 뛰는 '73년생' 비서실장…'O-CoS' 시대 활짝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 실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를 병행하며 방산(방위산업) 세일즈, 에너지 확보 및 공급선 다변화 등을 위해 종횡무진 발로 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로는 △지난 2월 UAE(아랍에미리트)와 650억 달러(약 96조원) 규모 방산·투자 사업 추진 합의 △최근 중동·중앙아시아 4개국의 원유 2억7300만 배럴 및 나프타 210만톤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대미 관세협상 국면에선 이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D.C에 동행해 특유의 친화력과 전략적 마인드로 위기 상황을 풀어내는 공도 세웠다
1973년생으로 50대 초반의 '젊은 비서실장'인 강 실장의 행보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청와대 운영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발맞춰 정책을 조율·관리하는 것은 물론 외교·산업 분야의 현안 해결을 위해 현장에 뛰어드는 국정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속도 또 속도…李대통령과 달리는 강훈식 비서실장
'O-CoS' 유형의 강 실장 행보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서 비롯된다. 이 대통령은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다자주의 복원과 실용 외교를 강조하면서 참모들에게 현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업무 방식을 주문해왔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석 달치 이상의 원유를 확보하고 돌아온 강 실장을 공개 칭찬한 것은 공적 치하와 함께 참모진과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자기주도형 역할을 당부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도 강 실장의 역할이 에너지·방산 외교까지 확대된 배경으로 꼽힌다.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국가 간 협상 국면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면서 '톱-다운'(상부 주도형) 협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 왕정국가들은 핵심 최고위급 인사와의 '원샷' 협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료주의적 절차보다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받은 강 실장의 역할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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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화력'은 O-CoS의 힘…美 얼음공주·UAE 실세도 매료
강 실장 특유의 친화력과 적극성, 일머리가 'O-CoS'의 활동에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강 실장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전 베일에 쌓여 있던 '얼음여인'(Ice Maiden)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비공개 면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미소를 이끌어 냈다. 이후 사상 처음으로 한미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이 구축됐다. UAE 핵심 실세로 불리는 칼둔 칼리파 알 무라바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강 실장을 '형제'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발로 뛰는 실행형 비서실장 모델은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효율성 및 투명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권력이 아닌 일을 분배하는 국정 운영으로 소모적 실세 논란이 사라진 자리를 국정 성과가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객관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강 실장 행보의 특징은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라며 "능력과 성과로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의 '왕실장' 및 '보이지 않는 손' 등의 논란도 없다"며 "일에 있어선 철저하게 정치적 배려를 배제하고 최선의 성과를 낼 만한 사람을 쓰는 대통령 용인술의 결과로 본다"라고 했다.
![[인천공항=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와 노르웨이를 방문한 강훈식 비서실장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01.31.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1921044518325_4.jpg)

"'형님'처럼 생각하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긴밀하게 협의해 성과를 내겠다."
UAE(아랍에미리트) 핵심 실세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지난 1월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한 말이다. "(강 실장이) UAE와 공동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데 두 분이 잘 지내고 있냐"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칼둔 청장의 '형님' 발언에 좌중에선 폭소가 터졌다.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 발발 후인 지난달 이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UAE를 찾은 강 실장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에 "조카가 삼촌을 만나러 왔다"는 인삿말을 건넸다고 한다. 가부장적 위계 질서와 가족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조하는 이슬람 왕정 체제에서 '형님·조카·삼촌' 호칭은 상대방에 대한 상당한 신뢰와 존경을 상징한다.
아부다비 통치 왕조의 수장(알 나흐얀 대통령), 비왕족 출신 핵심 실세(칼둔 청장)와 강 실장이 쌓은 남다른 인연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서 원유 2400만 배럴 확보와 중동 체류 우리 국민의 신속한 귀국으로 이어졌다. 70년대생'으로 역대 최연소 대통령 비서실장인 강 실장 특유의 친화력과 적극성,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략경제협력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회의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을 SNS에 공개했다. 강 비서실장은 모하메드 UAE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UAE 협력 강화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담긴 친서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강훈식 비서실장 SNS) 2026.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최동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1921044518325_6.jpg)
강 실장의 소통 및 업무 능력은 지난해 한미 관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8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기 약 3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혹은 혁명같이 보인다. 우린 그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으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구속과 특검 수사 등을 비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자 현지 협상팀과 대응팀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올라온지 1시간 가량 뒤 수지 와일스 미 백악관 비서실장과 면담한 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를 푸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와일스 실장에게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다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구에 도착한 이 대통령을 환대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숙청을 걱정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우리는 저 사람들을 가짜뉴스라 부른다"고 속삭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는 강 실장과 와일스 실장의 면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회담 2주 전부터 와일스 실장의 부친이 한국전 참전 용사였다는 점까지 숙지하는 등 강 실장의 꼼꼼한 면담 준비가 '핫라인 구축'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장관급인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할 당시에도 강 실장 특유의 친화력이 화제가 됐다. 박 위원장은 "'(강 실장과) 너무 친근하게 이야기가 시작됐는데 강 실장이 나이가 저보다 두 살 아래였다"며 "'이래서 못하겠다, 저래서 못하겠다'고 하면 그 문제를 자꾸 해결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3개월을 연락했는데 결국 (위원장을) 하게 됐다"며 "제가 물린 건데 안 아프게 물어서 물린 줄 몰랐다. 그런 캐릭터는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K-방산'으로 상징되는 방위산업 분야의 굵직굵직한 수출 실적의 중심에도 강 실장이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0월 강 실장을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임명하면서 'K-방산 4대 강국 달성'을 위한 '방산 컨트럴타워'의 역할을 부여했다. 강 실장은 특사 임명 직후 유럽으로 출국해 우리 방산 기업의 무기 수출 확대를 위한 독자 외교전에 뛰어들었고 올초부터 도드라진 성과를 견인했다.
지난 1월 노르웨이를 찾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MLRS) '천무' 수출 계약 성사를 진두지휘하며 북유럽 시장을 개척했다.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 현장에 직접 입회해 정부의 지원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93조원 규모의 패키지딜을 성사시켰다. 방산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안정적인 판로 개척을 일궜고 원전 분야 제3국 공동 진출에도 합의했다.
단일 수출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도 강 실장이 적극 나서고 있다. CPSP는 HD현대·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소와 독일기업이 경쟁 중이다. 강 실장은 프로젝트 최고 책임자인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을 두 차례 만나 우리 기업의 건조 능력을 적극 알리고 정부 차원의 안보 협력 강화 등을 약속하며 수주 기대감을 높였다.


"다른 공직자들이 흔히 쓰는 '레토릭'과는 다르다. '더욱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반복적 메시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완화하는 전략적·선언적 언어다".
강훈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위기관리 전문가의 분석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은 흔히 레토릭(수사)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활용하지만 강 실장은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기 위해 쓴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실제 공식 브리핑에서나 방송에서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을 반복적·습관적으로 사용한다. 송 대표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정부·국민 등 당사자들의 멘탈(정신력)은 흔들리게 마련"이라며 "(나프타 공급 대란에) 비닐봉지조차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패닉에 빠진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 리더십이 책임을 지고 상황을 관리·통제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 실장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다크서클'이 내려올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행동이 진정성 있는 언어와 결합해 국민들에게 더 큰 안정감을 준다는 게 송 대표의 분석이다. 송 대표는 "말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계획과 합리적 과정, 의미 있는 결과가 존재한다"며 "나프타를 확보한 성과를 나열하고 구체적인 향후 계획 등을 밝힌 뒤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감성적인 선언으로 브리핑을 완결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브리핑이 아니라 꽉 짜인 전략으로 구체성을 갖췄기에 말에 신뢰가 더 간다"는 것이다.

강 실장의 소통 능력에 대한 정부 부처와 정치권의 평가도 위기관리 전문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4선 국회의원은 강 실장에 대해 "대통령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말하는 사람"이라며 "뚜렷한 계파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람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평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말하는 재주가 있다"며 "(소통을 통해) 풀어내는 방식이 (다른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빠른 상황 판단과 장악력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의사 결정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한다는 점도 강 실장의 장점으로 꼽는다. 이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는 '국정 속도전'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강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 8시 현안보고 이후 9시15분에 티타임을 갖는데 그 짧은 시간 내에 (추진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며 "대통령의 속도에 맞출 수 있는 몇 안 되는 참모"라고 했다.
겸손함과 소탈함도 강 실장의 정치적 자산 중 하나다. 동료들 사이에서 '훈식이형'이란 친근감 있는 별칭으로 통한다.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친근하고 겸손한 데다 소탈해 내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고 강조했다. 3선 국회의원인 강 실장은 아직 '무주택자'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강훈식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07.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1921044518325_11.jpg)
경제·산업계에서도 무역 현장을 직접 뛰는 비서실장이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기업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실질적인 세일즈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긍정론도 들린다. 기업들은 특히 강 실장의 '협상 윤활유' 역할에 주목한다. 강 실장은 최근 중동·중앙아시아 4개국을 방문해 원유 2억7300만 배럴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 임원들과 '원팀'을 이뤘다.
강 실장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수입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국 경제에 이상이 없고 (한국 기업들의 사우디 현지 투자도)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재계에선 자동차, 조선 등 국내 기업들의 중동 투자를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을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방산 수출도 마찬가지다. 국가간 무기 거래는 거래가 정부 사이에 이뤄져 기업의 협상력만으론 적잖은 한계가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강 실장이 협상 환경을 조성해 계약이 성사되도록 여건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방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강 실장이 거래와 협상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방산·에너지 같은 산업은 구조적으로 정부 간 협상이 전제될 수밖에 없는데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청와대에서 UAE 체류 국민 귀국 지원 및 원유 확보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3.06. photocdj@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1921044518325_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