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투자 확대는 장기적으로 대외자산을 늘리고 투자소득을 키우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달러 수요를 자극해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는 412억달러로 전년 497억달러보다 줄었지만, 해외 증권투자는 1403억달러로 전년 670억달러의 2배를 웃돌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권투자 비율도 2024년 3.6%에서 2025년 7.5%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일본의 지난해 증권투자 규모 1028억달러, GDP 대비 2.3%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해외투자 확대는 달러를 사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를 늘린다. 한은이 대규모 베이지안 벡터자기회귀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투자가 평균 수준보다 약 3% 늘어나는 충격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은 약 0.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해외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 등 투자소득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소득이 평균 수준보다 약 8% 증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약 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국내로 들어오면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해외투자 확대는 외환수요를 수반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누적된 해외자산에서 발생하는 투자소득은 외환공급을 늘려 이를 일부 완화하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소득이 실제 국내 외환시장으로 얼마나 들어오느냐다.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국내로 배당·송금되지 않고 현지에 유보되거나 재투자될 경우 통계상 투자소득 흑자는 늘어나지만, 실제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제한될 수 있다. 한은 분석에서도 투자소득 중 재투자비중이 약 1%포인트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약 0.4%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투자소득수지는 2011년 이후 흑자를 이어가며 경상수지 내 비중을 키우고 있다. 과거 경상수지 흑자가 주로 상품수지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누적된 대외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 소득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상수지에서 본원소득수지 비중이 2025년 23%에서 2030년 4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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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우리 경제가 일본과 비슷한 경로에 들어설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일본은 과거 상품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대외자산을 축적했지만, 현재는 상품수지가 적자인 가운데 본원소득수지가 경상수지 흑자를 이끄는 구조로 바뀌었다. 다만 일본은 투자소득이 국내로 환류되기보다 해외 현지에 재투자되는 비중이 높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과 대만은 상대적으로 해외수익 환류 비중이 높은 사례로 제시됐다. 독일의 재투자비중은 2010년 이후 평균 28%, 대만은 18% 수준으로 우리나라 40%, 일본 46%보다 낮았다. 독일은 조세우대국에 설립한 지주회사를 통해 해외수익 환류가 용이했고 대만은 해외 기업의 본국 복귀 투자 정책 등을 통해 해외 이익 환류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아직 상품수지 흑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해외자산 축적과 함께 투자소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상수지 구조가 점차 다변화되는 전환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소득 증가를 곧바로 환율 안정 요인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는 "투자소득의 규모뿐 아니라 환류 여부와 유보 성향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해외 자회사 배당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고 기관투자자의 안정적인 환헤지를 유도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생산성과 투자수익률을 높여 해외투자 확대의 구조적 유인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