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도쿄 시장에서 엔/달러 환율 장중 162.27엔
'심리적 저항선' 161.96엔 웃돌며 당국 개입 가능성↑ …
"당국 개입 '일시적 효과'에 그칠 듯…금리차 해결해야"

일본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추락의 핵심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있다며 당국의 개입에도 엔화 환율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62.27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던 2024년 7월에 기록한 저점 161.95엔을 넘어선 동시에 1986년 12월 이후 최고치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오전 10시23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162.11~162.13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1986년 12월 당시에는 미국의 주도한 환율 합의로 엔화가 수년에 걸쳐 강세를 나타내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간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1.98엔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엔화의 큰 흐름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됐다. 엔화 가치는 4년 반 동안 달러 대비 30%가량 추락했다"며 "지난해 가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이 '금융완화 지향' 기조로 추진될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엔화 매도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3월 이후에는 중동 정세를 배경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을 옮기는 '유사시의 달러 매수'가 진행됐고, 현재 달러 강세가 여전한 것이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환율 방어를 위한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환율 동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언제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일본 당국의 개입에도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핵심 원인이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상 속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매파(금리인상 선호) 신호를 보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일본 보다 빨라 양국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3.0~3.75%)과 일본(1%)의 금리 격차는 2.50~2.75%포인트다. 이런 금리 격차에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의 엔화 자산을 팔고 달러 등 해외 자산을 사들이고, 이는 엔화 약세를 부추긴다.
앤드루 해즐릿 모넥스 외환트레이너는 "이른 시일 내에 (엔/달러)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일본) 당국의 개입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당국의) 개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2022년과 2024년 환율 방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엔화 가치는 일시적으로 진정됐을 뿐 약세 흐름은 이어졌다. 지난 4~5월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자 일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7300억엔(약 111조6600억원)을 투입했지만, 엔화 약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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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히데키 도카이 도쿄 인텔리전스랩 금리·환 부문 수석 전략가는 "현재 (새로운)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162엔' 부근에서 일정 수준의 엔 매수·달러 매도 주문이 몰려 있다. 만약 엔/달러 환율이 (162엔을) 명확하게 넘어서며 엔화 가치가 추락 하락하면, 스톱로스(손절매) 물량까지 가세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5엔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도 키운다. 엔화 약세는 수출 기업의 이익 확대로 이어져 일본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천연가스 등 수입 비용이 늘어 물가상승을 촉발하고, 이는 가계 부담을 키루고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