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자는 거절"…상식 깼더니 '주가 23배 폭등' 대박난 보험사

"난폭운전자는 거절"…상식 깼더니 '주가 23배 폭등' 대박난 보험사

반준환 기자
2026.07.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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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의 미국 스몰캡(31)]상폐위기에서 넘버원 보험사로 성장한 루트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2020년 10월 미국 오하이오의 디지털 자동차보험사 루트(ROOT)가 기업가치 10조2000억원(68억달러)을 인정받으며 나스닥에 입성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2년 8월 이 회사의 주가는 1425원(0.95달러)이 됐다. 공모가 대비 96% 폭락하면서 상장폐지(주가기준) 위기에 몰렸다.

결국 회사는 사흘 뒤 주식 18주를 1주로 합치는 병합(무상감자 성격의 주식병합)을 단행하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3년뒤인 2026년 1분기. 루트는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순이익을 냈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7%. 주가는 바닥 대비 18배 오르며 월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실적도 실적이지만 앞으로 성장세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루트는 2015년 3월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보험계리사 알렉스 팀이 창업한 회사다. 사업 모델의 핵심은 스마트폰이다. 가입 희망자가 앱을 깔면 몇 주간 스마트폰 센서가 급제동, 급가속, 심야 운전 같은 습관을 측정하고, 이 운전점수로 보험료를 매긴다. 이전까지 미국 자동차보험 업계에서는 운전습관이 아니라 개인고객들의 신용점수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책정해 왔다.

루트의 CEO인 팀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신용점수는 고객이 얼마나 부유한지, 어디 출신인지 알려줄 뿐 어떻게 운전하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이 저렴한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이 그가 생각한 포인트였다.

신용도 대신 안전운전 습관에 연동한 보험료 책정하는 미국의 보험 스타트업 루트

팀 이전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은 많았고 유사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업체도 있었다. 프로그레시브의 스냅샷 같은 1세대 운전연동보험(UBI)은 차량 진단포트에 꽂는 동글(dongle)을 고객 차량에 설치하도록 했다. 루트는 별도의 장치없이 앱 하나로 대체한 스마트폰 텔레매트릭스의 개척자다. 가입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전 과정이 앱에서 끝난다.

그렇다면 운전점수는 신용점수보다 정말 돈이 될까. 루트는 난폭운전자를 거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들이 신청한 보험가입은 모두 거절한다. 루트 내부자료를 보면 최하위 위험군 운전자들이 사고의 대부분을 일으키는데, 전통 보험사는 이들의 사고 비용을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에 나눠 얹는다. 루트는 이 운전자들의 가입을 거부하고 안전 운전자만 받아 보험료를 낮추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존 보험사보다 최대 52% 저렴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팀의 판단이었다.

루트의 카일 슈미트 계량과학 부사장은 "텔레매트릭스는 고객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단일 정보"라고 말했고, 업계 1위 프로그레시브의 트리샤 그리피스 CEO도 "운전연동보험(UBI)은 우리의 가장 예측력 높은 요율 변수"라고 밝힌 바 있다. 규제기관인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는 UBI 프로그램이 사고 위험을 약 50% 낮추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객들이 UBI에 가입한 이후에는 보험료를 더 낮추기 위해 안전운전에 보다 신경을 쓰는 현상도 관측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투자정보 전문인 원리포트 리서치에 따르면 UBI 가입 6개월 후 보험금 청구 빈도는 평균 21% 감소했고, 앱을 자주 확인하는 고위험 운전자군은 운전 중 휴대폰 사용 시간을 20%, 과속 시간을 27% 줄였다. 보험료 할인이 안전운전 유인이 되는 선순환이다.

루트는 창업 후 10년간 시험운전 데이터를 쌓으며 가격 모델을 세대 단위로 업데이트 해 왔다. 위험운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고 △고객들이 보험에 가입한 후 운전습관을 상시 측정하는 연속 텔레매트릭스 △차량에서 직접 주행 데이터를 받는 커넥티드카 연동 △외부 텔레매트릭스 데이터 활용을 통한 보험료율 즉시산정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 보험사들은 당초 루트의 성공에 회의적이었다. 처음에는 난폭운전과 안전운전의 경계가 모호한 이들이 있었고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비용도 천문학적으로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22년 1~9월 루트는 순수입보험료 3324억원(2억2160만달러)을 받아 보험금과 손해조정비로 4100억원(2억7330만달러)을 지급했다.

손해율 123%. 보험료는 100원을 받는데 사고보험금으로 123원이 지출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까지 더해졌다. 루트의 순손실은 2020년 5445억원(3억6300만달러), 2021년 7817억원(5억2110만달러), 2022년 4466억원(2억9770만달러) 등 3년간 1조7700억원(11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마케팅 비용을 전년대비 80%까지 줄이기도 했다. 회사가 곧 넘어질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인수제안까지 들어왔다.

반전이 이뤄진 것은 2024년. 신규 고객 유치를 사실상 멈춘 2년간 루트는 그동안 쌓인 시험운전 데이터로 가격 모델과 인수심사 알고리즘을 통째로 재구축했다. 난폭운전과 안전운전의 모호했던 경계가 데이터 누적으로 정밀해졌고, 위험 운전자를 걸러내는 관문이 촘촘해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2022년 123%였던 손해율이 2024년에는 60% 미만으로 절반넘게 낮아졌다. 예전에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 사고처리에 123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는데, 이제는 60원 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보험업계에서도 최고수준이다.

마케팅도 합리적으로 재구축했다. 루트는 2024년 마케팅을 재개했는데 과거처럼 광고비를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었다. 머신러닝이 실시간 입찰로 광고 단가와 예상 손해율을 대조해, 목표 수익성이 확보되는 고객만 골라 데려오는 방식이다. 벌어서 남는 고객에게만 마케팅비를 쓴다는 원칙이 지켜졌다. 마침 미국 자동차보험료가 업계 전반적으로 급등한 시기라는 순풍도 탔다. 루트의 보유계약은 2024년 한 해 21% 늘었다.

2024년 7달러 주가가 2025년 162달러로 23배 급등

수익성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과거 루트는 자금압박 때문에 유치한 보험의 절반 이상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계약을 유동화해야 했다. 그러나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재보험사에 유동화하는 계약을 줄였고 이는 고스란히 회사의 이익으로 반영됐다. 재보험 유동화 비율은 2023년 37%였는데 2024년에는 13%로 떨어졌다. 남 좋은 일 시키던 이익이 자기 장부에 쌓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카바나 임베디드 채널의 신규 계약이 한 해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모델 고도화, 선별 마케팅, 재보험 회수, 임베디드 유통. 네 개의 톱니가 맞물린 결과가 2024년 창사 첫 흑자 464억원(3090만달러)이다. 루트가 다른 운전연동보험(UBI)과 갈리는 지점은 텔레매트릭스의 지위다. 프로그레시브 스냅샷, 스테이트팜 드라이브 세이프 앤 세이브 같은 대형사 UBI는 나이·신용점수 등 전통 변수로 기본 보험료를 매긴 뒤 운전 데이터로 할인이나 할증을 얹는 보조 장치다.

난폭 운전자도 가입은 받아준다. 할인만 못 받을 뿐이다. 반면 루트는 텔레매트릭스가 요율의 중심 변수이자 인수의 관문이다. 시험운전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고객으로 받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신용점수가 낮은 무사고 운전자가 신용점수 좋은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보험료를 더 내는 사례가 확인된 바 있는데, 루트의 체계에서는 이 순서가 뒤집힌다. 무사고 안전운전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얼마나 타느냐에 요금을 매겼던 메트로마일과도 다르다. 루트가 파는 것은 어떻게 타느냐의 가격이다.

2025년 실적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 연간 매출은 2조2757억원(15억171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고, 순이익은 605억원(4030만달러)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연중 58~59%선을 유지하며 회사의 장기 목표(60~65%)를 계속 밑돌았다. 재보험사에 넘기는 계약은 더 줄었다. 유동화 비율은 2024년 13%에서 2025년 4%까지 떨어졌다. 유치한 보험의 96%를 자기 장부에 두는 정상적인 보험사가 된 것이다.

성장의 축도 다변화됐다. 독립 설계사 채널의 신규 계약이 1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웃지못할 해프닝도 생겼다. 지난해 3분기 루트는 81억원(540만달러)의 분기 순손실을 냈다. 루트는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Carvana)와 제휴하고 있다. 카바나가 중고차를 팔 때 루트의 보험을 끼워팔면 판매촉진비를 지급하기로 돼 있다.

카바나와 제휴한 보험가입이 급증하면서 루트가 일시 지급할 판촉비가 급증한 것이다. 누적 판매건수는 20만건이 넘는다. 카바나는 판촉비를 현금으로 받아도 되고, 루트의 지분을 살 수도 있는 워런트를 가지고 있다. 루트는 미지급 판촉비(255억원, 1700만달러)를 일단 비용으로 계상해놨지만 이는 다시 증자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는 성격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수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6년 1분기 루트는 순이익 539억원(3590만달러)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89%를 벌어들인 셈이다. 손해율은 54.5%까지 내려왔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7%. 미국 대형 손보사들도 넘보기 힘든 수익성이다. 곳간이 차자 금융비용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5월에는 3000억원(2억달러) 차입금을 이자율 2.25%포인트 낮춰 차환해 연 68억원(450만달러)을 아꼈고, 1125억원(75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증자로 주주를 희석하며 연명하던 회사가 3년 만에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회사로 바뀐 것이다. 메건 빙클리 루트 CFO는 어닝콜에서 "1분기 기록을 감안하면 올해 순이익이 작년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대캐피탈, 토요타도 잡은 루트의 경쟁력

유통 혁신도 부활의 축이다. 루트는 광고로 고객을 모으는 대신, 소비자가 차를 사는 바로 그 순간에 보험을 끼워 파는 임베디드 보험을 개척했다. 시작은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였다. 카바나는 2021년 8월 루트에 1890억원(1억2600만달러)을 투자하며 손을 잡았고, 카바나에서 차를 결제하면 몇 번의 클릭으로 루트 보험이 함께 가입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금융 분야에서는 신용정보사 익스피리언(Experian)과 제휴했다. 신용점수 관행에 반기를 들고 성장한 회사가 세계 최대급 신용정보사의 보험 비교 채널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아이러니한 조합인데, 회사는 "금융 의사결정의 순간에 높은 구매 의사를 가진 고객을 초기에 확보하는 효율적 채널"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독립 설계사 1만5000명 네트워크가 더해지며 파트너십 채널의 신규 계약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고 있다.

루트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 보험사를 만들고 있으며 가격 책정부터 보상 처리까지 AI가 처리하는 시스템 향상에 큰 힘을 쏟고 있다. 루트는 한국과도 연관이 있다. 2025년 4월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HCA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미국 판매 금융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 금융사로 미국 전역 1800개 딜러망과 누적 270만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HCA 고객이 현대·기아차를 할부나 리스로 구매하는 과정에 루트의 데이터 기반 보험이 결합하는 구조다. 루트는 현대캐피탈 뿐 아니라 토요타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투자측면에서는 성장잠재력이 크지만 월가에서는 최근 보수적인 접근이 나오고 있다. 그간 주가가 워낙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아울러 UBI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루트의 성장세도 다소 둔화되는 추세다. 보유계약 증가율이 1년 전 20%대에서 최근 9%로 내려왔고, 자동차 보험료 인상 사이클이 꺾이면서 프로그레시브 등 대형사들이 다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
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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